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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익는 마을]원주 엿술…치악한설 녹이는 달콤한 누룩내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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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구전문학처럼 출발은 불분명하지만 끈끈한 맥을 이어온 민속주가 있다.

강원도원주시소초면흥양3리. 흥양3리의 또다른 지명인 '황골' 은 옛날부터 엿술과 엿을 만드느라 굴뚝의 연기가 끊이지 않았던 마을이다.

치악산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황골' 은 관광철이 지난 탓인지 이곳의 명물인 닭도리탕을 즐기러오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관광객이 드물다.

이곳 엿술은 특정 술도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황골' 의 전체 50가구중 30여가구가 각자 조상대대로 내려온 비법을 이용해 빚는 '마을의 술' 이다.

그런 까닭에 콜라등을 담는 투박한 1.5ℓ짜리 페트병에 술을 담아 판매한다.

“시집와서 보니 조상대대로 엿과 술을 만들어왔다고 해요. 처음에는 집안일에 쓰려고 만들었다가 차츰 치악산으로 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한집 두집 판매용으로 술을 만들게 됐어요.” 김부길 (63) 씨는 봄.가을엔 매일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손님이 없어 일주일에 한번만 술을 담근단다.

'황골' 의 도로주변은 이제 강원도 산간 마을의 흔적을 잃어버렸다.

스위스의 산장을 본딴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도로주변을 벗어나 좀 더 내려가보면 허름한 한옥집들을 볼 수 있다.

엿술을 만드는 집들은 대체로 외양간과 같은 별채들을 가지고 있다.

그곳에 가마솥과 '쭉대기' 로 불리는 송판, 나무주걱, 엿틀을 들여 놓았다.

생산방법도 대부분 옛날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장작이 송판으로 바뀌고 표주박대신 플라스틱 바구니가 등장한 것 정도. “하루 종일 끓여야 한솥분 (28㎏) 의 술이 고작이에요. 또 쉴새없이 나무주걱으로 휘저어줘야하니 허리가 시큰거려요.” 심춘섭 (63) 씨는 작업이 힘들지만 주변에서 '맛이 좋다' 는 소리만 하면 피곤이 풀린단다.

엿술도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안주는 엿이다.

각 술도가에서는 엿술을 사면 엿을 선사한다.

엿은 단단한 곳에 내리쳐 조각을 낸 다음 작은 조각을 입안에 넣고 천천히 혀로 녹이며 먹는 게 가장 좋다.

이규보의 '동국여지승람' 등 고려시대부터 우리의 먹거리로 확인된 엿. 엿술은 이때부터 엿과 함께 우리의 미각을 돋구었을 것이다.

송명석 기자

<원주 엿술은…>

▶특징 = 붉은 빛이 감도는 담황색을 띠며 첫잔부터 엿기름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알콜도수는 12도.

▶재료.효능 = 멥쌀.엿기름.누룩.이스트가 들어간다.

가마솥에 믹서기로 간 멥쌀과 물 그리고 엿기름을 넣고 하룻동안 끊인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찌꺼기를 걸러내고 다시 엿기름이 섞인 물을 붓는 공정이 반복된다.

그 다음 누룩과 이스트를 넣고 7일동안 숙성시킨다.

▶가격.문의 = 한병 (1.5ℓ)에 3천원. 황골엿집 (0371 - 732 - 4911) 등 30여곳이 엿술을 담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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