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수 증대위한 세제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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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 재정예산은 땜질 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겠다.

경제성장률의 심각한 후퇴, 원화의 대폭 절하, 소비위축 등 때문에 일반회계예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7조원 이상의 세수 부족이 예상됨에 따라 이를 보전하기 위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마련됐다.

이미 유류세와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원천징수분의 세율이 인상된 다음이므로 이번 세제개편으로 국민총생산 (GNP) 대비 국민의 조세부담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세수 증대에 앞서 지출예산을 줄이는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경기 후퇴기의 세금 인상은 경제를 더욱 위축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으로는 바람직한 개편 부분도 있다.

그 한가지가 부가가치세 부과를 서비스업종에 대해 광범하게 확대키로 한 것이다.

공평 과세란 차원에서 특히 바람직한 방향이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GNP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아간다는 사실도 적절히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그동안 물품 생산에만 부가가치세를 물리는데 머물렀다는 것은 부가가치세라는 선진적 조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진적이었다.

조세감면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다만 수출이나 해외사업에 관련되는 준비금과 각종 충당금의 손비인정한도를 축소한 것은 문제다.

기업 경영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자체의 내부적 보험으로서 적립하는 준비금과 충당금은 세계무역기구 (WTO)가 금지하는 보조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이 지금 같은 곤경에 빠지게 된 것은 이런 준비금과 충당금 적립이 부족한데 큰 원인이 있다.

세제를 이에 역행적 (逆行的) 으로 개편한다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이런 손비인정을 수출에만 국한치 말고 대폭 확대해야 옳다.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세수증대만을 위한 세제개편은 찬성할 수 없다.

지금은 재정 규모를 축소하는데 온갖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다.

몇해 동안 축소 균형이야말로 정부 살림의 모토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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