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HO ‘워룸’은 고 이종욱 총장 작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돼지 인플루엔자의 확산으로 가장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지하 2, 3층 전략보건활동센터(Strategic Health Operations Centre)다. 이곳은 세계 각국의 전염병 상황이 집계되는 ‘정보 허브’인 동시에 비상 상황을 지휘하는 ‘전시 상황실(War Room)’이다. ‘SHOC’로 불리는 이곳의 공식 이름은 ‘JW LEE Centre’다. 2006년 작고한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만들었다. 이 총장은 2003년 한국인 최초로 유엔 기구(WHO)의 수장을 맡았다.

돼지 인플루엔자 발병 후 이 방 한쪽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는 세계 각국의 환자 통계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전화와 컴퓨터를 통해 각국의 대응 활동이 보고되며 세계 6개의 WHO 지역사무소와 회원국 담당자, 전문가와 24시간 연결한다. WHO 전염병감시국에서 파견 나가 있는 질병관리본부의 박기동 과장은 27일 통화에서 “각국의 정보가 가장 빨리 입수되는 곳이 상황실”이라며 “이 정보를 근거로 돼지 인플루엔자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대응책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 방은 비상시에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도 두 달 이상 생존할 수 있도록 비축물자를 보유하고 있다. 2003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유행할 때 WHO는 세계의 전염병을 통제할 능력이 달렸다. 2003년 1월 취임한 이 총장은 사스를 겪으면서 세계적 위기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미국 보건부와 국방부의 상황실을 벤치마킹해 2004년 7월 WHO에 SHOC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이 동남아 조류 인플루엔자·쓰나미,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파키스탄의 대지진 때도 큰 역할을 했다. WHO의 인플루엔자 대유행 6단계 대응전략도 이 총장의 작품이다. 질병 전파 속도에 따른 6단계 구분과 단계별 전략이 자랑거리다. 요즘 돼지 인플루엔자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총장은 전염병에 세계가 함께 대응하는 근거 규정도 만들었다. 2005년 이 총장이 각국을 설득해 국제보건규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규칙에 따라 세계 각국은 현재 신종 전염병에 대한 정보와 환자 현황을 WHO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 총장과 WHO에 함께 근무한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장은 “이 총장은 지구적 재난이 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SHOC를 만들었다”며 “서울에서 온 손님에게 항상 보여주며 뿌듯해하셨다”고 전했다. 권 팀장은 이곳을 본떠 2008년 서울 질병관리본부에 위기 대응 상황실을 만들었다.

김은하 기자

◆의심환자=급성호흡기 질환(콧물·코막힘·인후통·기침·발열 중 2개 이상)이 있는 사람 중 돼지 인플루엔자로 확정된 환자나 동물과 접촉했거나 증상이 나타난 날로부터 7일 이전에 확진환자 발생 지역을 방문한 사람이다.

◆추정환자=의심환자 중 A형 인플루엔자에 걸렸지만 기존의 사람 인플루엔자인 H1나 H3는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험실에서 세 가지 시험을 거친 후 한 가지라도 돼지 인플루엔자 병원체가 확인되면 확진환자가 된다.

◆백신과 항바이러스제=이번 인플루엔자는 기존에 없던 변종이라 예방 백신이 없다. 현재 유통 중인 독감백신은 이번 인플루엔자 예방 효과가 없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환자에게 투여하면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