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연승 이끈 ‘재·보선 투표율 정설’ … 이번에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左)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경률 사무총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란 속담은 선거에서도 금언(金言)이다. 아무리 여론조사의 지지율이 높아도 실제 투표 행위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전문가 가운데는 “지지율이 높은 후보가 이기는 게 아니라 지지층을 투표소로 더 많이 이끌어내는 후보가 이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투표율이 낮게 마련인 재·보선에선 투표율 변수가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일반 선거 때보다 더 커진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재·보선 투표율과 관련해 두 가지 분석이 정설로 통해왔다. 첫째로 재·보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친여 성향보다 친야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정권을 혼내주고 싶다는 심리보다 더 강력한 투표 동기는 없다는 말도 있다. 둘째로 재·보선 투표일은 휴무일이 아니어서 직장 근무 부담이 없는 60대 이상 노년층의 비중이 일반 선거보다 커진다는 점이다. 노년층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민주당을 압도한다.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재·보선 연승 행진을 벌였던 것은 이 같은 두 가지 요인에 힘입은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번 4·29 재·보선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노년층 투표율’ 변수는 여전히 한나라당에 유리한 요소지만 ‘야당 지지층 투표율’ 변수는 거꾸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두 당이 정면충돌한 인천 부평을에선 이 두 가지 변수 중 어느 쪽의 효과가 더 큰지가 당락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천 부평을의 투표율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명규 전략기획본부장은 28일 “투표율이 30%대 중반을 넘어선다면 야당이 바람을 일으켰다는 얘기가 될 수 있어 우리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도 “투표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젊은층 유권자들이 더 투표를 했다는 것이므로 우리가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左)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유정 대변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지지층’의 투표율이 중요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명지대 김형준(정치학) 교수는 “아무래도 친박 성향 유권자들은 경주를 제외하면 이번 재·보선 투표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여 부평을에선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게 한나라당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에서도 투표율이 관건이다. ‘박근혜 마케팅’에 의지하고 있는 무소속 정수성 후보 측은 지난해 총선 때처럼 경주의 ‘숨어 있는 표심’을 끌어내기 위해 투표율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반면 조직력에 강점이 있는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 측은 “아무리 투표율이 높아도 40%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투표율이 판세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완산갑은 상황이 복잡하다. 민주당 이광철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해보면 20~30대에서 이 후보가 강세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소속 신건 후보 측도 “이 후보 측의 조직선거를 방지하려면 무조건 투표율이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