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기구 분수에 충실해야” “교육부통령처럼 행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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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앞으로 언론에 나오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서 자기 본연의 분수에 충실하도록 권고드린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상왕이라는 말이 옛날부터 유행하고 왕차관이라는 말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교육부통령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28일 여야의 원내 사령탑이 한목소리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질타했다. 곽 위원장이 “중산층을 살리는 ‘휴먼 뉴딜’ 차원”이라며 ▶오후 10시 이후 학원 금지 ▶외고 입시 개혁 등 사교육비 절감 방안을 연일 거론한 게 발단이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라는 자리는 미래 생활과 관련된 총체적인 국가 비전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구”라며 “자문기구의 장은 정리된 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그만인데 마치 집행기관인 것처럼 언론에 나와 자기 생각을 마음대로 이야기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니까 자꾸 국정에 혼선이 초래된다”며 “자중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교육부통령’ ‘아마추어 정부’라고 공격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곽 위원장이 마치 자신이 교육정책 총괄책임자인 것처럼 교육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며 “최소한 교육부총리는 더 되고, 교육부통령 정도는 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분별하고 무원칙한 국정운영의 실태다. 어떻게 보면 왕(王)차관에 대응해 미래기획위원장이 맞서 자기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이 아닌가”라며 “이렇게 국정을 사적으로 운영하니 박연차 관련 천신일 사건, 포스코 회장 선임 개입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자격증도 없는 수련의가 생명과 관련되는 수술을 하겠다고 한다”고 일격을 날렸다. 그는 ‘밤 10시 이후 학원 금지’ 발언과 관련, “주무장관은 실무 수준 얘기가 오가는 정도라는데 가장 중요한 교육 문제에서조차 여권 내부와 청와대, 담당 주무장관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출범 1년6개월이 지나도록 ‘인턴정부’ ‘견습정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마이크는 곽 위원장이 잡고 있지만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한나라당 (교과위원인) 정두언 의원 간 교감이 있어 왔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교과부 장관은 어디 가고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백년지대계를 갖고 노는가 ”라고 질타했다.

반면 정두언 의원은 곽 위원장을 옹호했다. 정 의원은 “교육 개혁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교육 관료가 교육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해관계가 없는 미래위원회에서 (개혁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곽 위원장이 쏟아낸 발언들은 앞으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사교육비 절감 방안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기 때문에 실무 협의를 하다가 (4월 국회가 끝난 후) 5월에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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