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손 잡히면 당신도 배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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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5월 가정의 달이다. 가족끼리 오랜만에 나들이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볼거리가 없다고? 그럼 경기도 안산에 가보면 어떨까. 거리를 활보하며 참여도 하고 구경도 할 수 있는 야외극이 풍성하게 열린다. 게다가 공짜다. 이 정도면 비용 대비 효과가 꽤 높은 게 아닐까.

5월 2일 저녁 안산 호수공원 열린광장에서 펼쳐지는 개막작 ‘불가사의한 정원’은 구경하던 관객을 수시로 작품 속에 끌어들이는 즉흥성이 흥미를 더하는 작품이다. [안산 국제거리극 축제 제공]


5월 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안산 국제 거리극 축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예술축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올해로 5회째. 지난해에는 90여만명이 다녀갔다. 거리극이라고 괜히 주눅들거나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저 눈앞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퍼포먼스와 서커스에 가까운 묘기들을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공연은 ‘불가사의한 정원’이란 이름을 걸고 공연하는 개막작. 2일 저녁 8시쯤 안산 호수공원 열린광장엔 반쯤 옷을 벗은 남녀가 느닷없이 등장해 사람들을 유혹한다. 한편으론 우스꽝스럽지만 몸놀림은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즉흥적이다. 주변에서 턱하니 구경하고 있는 관객을 수시로 끌어들여 작품 속에 녹여낸다. 개로 분장한 무용수들이 산책을 할때 주인 역을 관객이 맡기도 하고, 꽃과 나무로 변신한 배우를 건드리는 역할도 관객이 하게 된다. 직접적인 소통에서 오는 즐거움에다 내 손으로 하나둘씩 완성돼 가는 공연을 체험한다는 건 거리극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아찔하게 빌딩을 오르내리는 것도 예술이란다. 이탈리아 극단의 ‘카지노 버티컬’이란 작품이다. 이 별난 공연은 축제가 정식 개막하기 전인 29일 낮부터 안산 중앙역 부근 백화점과 아울렛 매장에서 우선 분위기를 잡아간다. 마치 스파이더맨을 연상시키듯 줄을 타고 밑으로 주욱 내려오는 장면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밖에 대형 인형 퍼레이드, 마임과 아크로바틱 공연이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안산 호수공원 부근과 광덕로 일대에서 연이어 펼쳐진다. 031-481-4030.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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