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영일기]고두모 대상그룹 회장…힘들수록 정도경영 실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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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경제사상 초유의 외환 금융 경제대란을 당해 온 국민이 좌절과 분노에 신음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소득수준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주식투자가들의 재산이 원래의 10~15% 수준으로 폭락하고, 많은 기업들의 생존이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다. 슈퍼마켓 싹쓸이 쇼핑은 이젠 진정되었다지만 이미 폭등한 생필품 가격 때문에 주부들의 탄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회사채가 정크본드 취급을 받고,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이 하나 둘 정든 직장을 떠나는 참담한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경제개발 성공의 모범생이라고 전세계가 찬사를 보내던 우리 경제가 어쩌다가 이렇게 추락했단 말인가.

조그만 성공에 도취돼 교만에 빠져 분수에 넘치는 허영과 사치에 물들었던 국민의식, 차입에 의한 양적 팽창과 사업다각화에만 열중했던 대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기업들의 잘못된 방향의 투자와 자금운영을 방관해온 금융당국, 미래를 꿰뚫어 보고 대비하지 못한 지도자들의 안일과 오류등 후회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결연한 의지와 각고로 다시 일어나야 하며, 특히 기업 지도자들과 경영인들이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하고 앞장서야 한다.

노자 (老子) 도덕경에는 "최고의 행복 속에서도 불행의 씨앗이 배태되고, 최악의 불행 속에서도 행운의 싹이 도사리고 있다" 는 말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경기순환 역시 그렇다.

최고의 호경기가 되면 소득과 소비.고용이 늘지만, 임금.토지대등 생산요소 가격이 오르고 수입이 늘어 경상수지가 악화되는등 경기 하강 요인이 싹튼다.

반대로 경기가 바닥에 이르렀을 때에는 다시 소생할 수 있는 요소들이 내재하게 된다.

이번 금융위기는 IMF의 극약처방이 아닌 평상시의 방식으로는 치유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다행히 철저한 반성과 의식의 대전환이 빠른 시일내에 이뤄지고 있어 IMF역경 대탈출은 물론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꾀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나는 요즘 경영진들에게 "어려울 때일수록 본질을 꿰뚫어 경영의 기본원리에 입각한 정도경영 (正道經營) 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경영혁신의 본질은 "최저비용 (Least Cost) 과 최대효율 (Most Efficiency)에 의한 경쟁력 강화" 라는 점도 자주 말한다.

과다차입에 의한 무분별한 투자와 고비용 저효율의 딜레마에 빠져있는 우리 재계의 입장에서 볼 때 경영의 기본 패러다임을 가치경영 (Value Added Management) 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차별화된 우위와 핵심역량을 갖춘 업종과 사업을 선택해 전문화하지 않고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미국 경제의 쇠퇴와 일본 경제의 세계 제패를 점치던 80년대 일본의 일부 논자들은 진주만 기습의 실패를 경제전쟁의 승리로 만회했다고 자만했었다.

미국인들은 단기적인 이익만 너무 따진다고 냉소도 보냈다.

당시 미국의 기업과 경영 지도자들은 어떻게 행동했는가.

사업구조의 과감한 조정과 뼈를 깎는 경쟁력 강화 운동으로 오늘날의 경제 번영을 이루고 국제금융을 지배하는 시스템을 일궈낸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고두모<대상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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