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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찰 왜 이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권교체기를 맞은 때문인지 최근 경찰의 근무기강이 너무 엉망이다.

정확한 제보를 받아 출동하고도 탈옥 무기수를 세번씩이나 놓치는가 하면 조직폭력배들이 호텔에서 집단난동을 부리는 동안 경찰관들이 그 두목급과 같은 호텔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탈옥수 신창원 (申昌源.39) 을 잇따라 놓친 것은 요즘 경찰의 정신상태가 어떤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달아난 범인이 탈주 1년 가까이 된 강력범이어서 막바지에 몰릴 경우 어떤 끔찍한 범행을 또 저지를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10월 천안에서 1차로 놓친 데 이어 12월30일에는 제보받은 조사계 근무 경찰관이 상부에 보고도 않은 채 친구를 데리고 출동하는 바람에 대치했던 범인이 3층 빌라에서 배수관을 타고 달아났다.

또 11일 새벽에는 흉기를 든 범인과 권총을 들고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이 실탄까지 쏘면서 격투를 벌였으나 오히려 경찰이 권총을 빼앗겼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경찰관 한 명이 들고나간 권총은 고장나 격발이 안돼 무용지물이었다니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더구나 이들은 수사본부가 설치된 경기경찰청 소속으로 범인이 나타난 충남지역의 경찰에는 이를 알리지 않아 공조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니 수사의 기본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쯤 되면 범인검거를 위한 특진제도나 포상.현상금이 오히려 검거를 방해한 셈이다.

경찰 인사가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지면서 일선 경찰의 근무기강 해이나 사기저하에 따르는 치안공백 상태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이럴 때일수록 경찰 수뇌부는 하부 조직의 근무자세를 점검하고 독려해 국민들이 치안문제로 불안해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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