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남북 관계 경색 푸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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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혹시 한국에 반(半)관영 단체가 있나요.”(교수) “수백 개는 될 겁니다.”(기자) “그런데 왜 요즘 남북관계가 긴장 국면이죠?” “….”

“양안(중국과 대만)이 그냥 반관영 단체를 앞세운 게 아닙니다. 정부가 나서면 서로의 ‘정책’과 ‘원칙’을 중시하지만 민간이 만나면 ‘현실’에 집착합니다. 공감대가 그만큼 넓어지지요.”

“현실이란 게 뭔가요.”“당면한 경제지요.”

남북관계 경색을 풀기 위해 양안 대화 채널인 반관영 단체, 즉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의 회담을 참고해 보라는 거다. 기자가 이의를 제기했다.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 집권 8년간 두 단체 간 대화는 중단됐지 않았습니까.”

“공식적인 대화만 없었지 접촉은 계속됐어요. 당시 대만의 중국 투자는 전 정권 때보다 훨씬 많았을걸요. ” 천 총통이 대만독립을 주창하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양안 경제협력은 더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남북 대화는 양안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죠. 핵 문제에 북·미 문제에 북한 군부 강경파 등….”

“양안도 그래요. 1000기의 중국 미사일이 대만을 노리고 있고, 대만도 군비를 늘리고 있죠. 여기에 미·대만, 미·중 문제도 얽혀 있어요.” 그는 양안 문제가 오히려 남북 문제보다 더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양안 정부는 어떻게 협상을 돕나요.”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양안 평화와 발전을 위한 16자 방침을 서로 밝혔습니다.”

‘미래를 향하고(面向未來), 과거에 맺힌 감정을 버리며(捐棄前嫌),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密切合作), 손을 잡고 함께 나가자(携手<4E26>進).’

원 총리가 18일 보아오 포럼에 참석한 대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밝힌 양안 관계 원칙이다. 하루 전 마 총통은 보아오로 떠나는 대만 대표단에게 대(對)중국 관계를 이렇게 요약했다. ‘어려움을 함께 이겨 나가고(同舟共濟), 서로 보살피며(相互扶持), 협력은 강화하며(深化合作), 함께 미래를 열어나가자(開創未來).’ ‘32자 모두가 결국 ‘중국은 하나’ 라는 수사다. 국민에게 중국과 대만이 공동체라는 확신을 심어주라는 얘기다. 26일 난징(南京)에서 열린 해협회와 해기회 간 회담은 금융과 직항 등 3개 항에 관한 합의를 이뤘다. 분단 60년 만에 최대 경사라는 평가다.

개성공단 문제가 교착 상태다. 정부 간 대화는 핵 문제 등과 맞물려 쉽게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부가 좀 뒤로 빠져보면 어떨까. 대신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나 무역협회가 나서도 좋고 민간 경제단체가 앞서도 좋다. 이 어려운 시기에 남북 경제인들이 모인다면 최소한 이념에 앞서 경제부터 걱정하지 않겠는가. 이들의 ‘현장 대화’가 지긋지긋한 남북 대치를 풀 묘약이 될지 누가 아는가.

최형규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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