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가부도 임박]현지표정(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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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라토리엄의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는 인도네시아.태국에 정치.사회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9일 환율이 장중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만루피아를 넘어서자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정부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임박했다는 공포감이 확산됐다.

중심가의 골든 트롤리 백화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물가폭등을 예상한 수백명의 시민들이 생필품을 사기위해 몰려들어 쌀.설탕.식용유 등 식료품이 삽시간에 바닥났다.

주요 은행창구엔 돈을 찾기 위해 몰려든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경찰 당국은 시민들의 불만이 우발적 폭동으로 터져 나올 것에 대비해 무장경찰을 시내 곳곳에 배치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자카르타 시내 중심부에서 수십명의 대학생들이 떼를 지어 수하르토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이날 증권시장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 탱크부대가 대통령궁을 포위했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루머가 쏟아지며 주가가 곤두박질했다.

강력한 권력집단인 군부도 전 국민에게 안정을 되찾도록 당부하는 한편 "경제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특정세력' 이 있다" 며 외화를 해외로 빼돌리는 것으로 소문난 화교 사회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동안 수하르토 독재권력의 강력한 버팀목이 돼 왔던 군부에서마저 수하르토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또 회교권도 현정부의 실정을 맹렬히 비난하고 나서 수하르토 일가의 족벌체제가 집권 32년만에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아미엔 라이스 회교지도자는 "3월11일로 예정된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국회가 수하르토를 다시 지명하지 말 것" 을 경고했고 이같은 반정부 분위기는 정치인.학생들 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대 안와르 나수시온 교수는 "최근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하르토정부가 경제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이라며 "대통령은 국가안위를 위해 IMF의 요구사항을 즉각 실천에 옮겨야 한다" 고 경고했다.

바트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태국에서도 경제회생을 의심하는 외국 기업들과 시민들이 앞다퉈 달러를 환전하는 바람에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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