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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은 달러 모시는 효자손…국채인수 주선, 기업엔 외국돈줄 대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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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IMF시대를 맞아 국내 대형 로펌 (Law Firm.종합법률회사) 들이 달러를 국내에 유치하는 첨병으로 각광받고 있다.

김&장.세종 등 일부 대형 로펌의 경우 다국적기업과의 오랜 거래를 통해 축적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외국 금융기관에 우리 국채 인수를 주선하는 등 달러를 긴급 수혈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김&장과 세종은 최근 미국의 유수한 증권사인 골드먼 삭스.샐러먼 브러더스와 재정경제원 사이의 창구역할을 맡았다.

미 행정부 예산보다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들 증권사는 이미 정부가 발행하는 1백억달러 이상의 '외평채 (외국환평형기금부 채권)' 를 구입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라는 게 로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로펌들은 이들 외국증권사에 한국 국채를 인수할 경우 국제금리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합리적으로 설명, 거액의 달러유치를 사실상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외화난으로 국채 발행계획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마땅한 인수자가 나올지 불투명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로펌들의 역할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김&장은 또 지난해말 국가부도 위기가 닥쳤을 때 재경원에 외국 컨설팅 회사.증권사를 연결시켜줘 외환대책 수립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측은 자금난에 빠진 국내 종금사의 '리스채권' 을 모 외국계 증권회사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세종은 이미 미국계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와 함께 해당 종금사에 대한 정확한 신용평가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로펌들은 또 자금난에 쪼들리는 국내 대기업들에 외국 다국적기업을 소개, 자금 숨통을 터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미국 다우코닝사를 비롯해 시티은행.제너럴모터스 (GM).포드사.보워터사.보슈사.바이엘사 등 40여개 외국계 기업과 이들에 계열사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보려는 국내 대기업들이 로펌 문을 두드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과 세종의 경우 지난해 11월 P&G의 쌍용제지 인수를 중개, 비교적 좋은 가격에 매각시켰을 뿐만 아니라 상표도 종전대로 유지하는 '우호적 인수.합병' 을 성공적으로 주선했다.

김&장은 또 이 과정에서 P&G측을 설득, 쌍용제지 직원들의 정리해고 사태를 막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장의 박병무 (朴炳武) 변호사는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로펌들은 국내 기업이 고용감축 없이 최대한 좋은 조건에 외국기업에 인수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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