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98학년도 논술고사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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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논제

아래 예시문은 '맹자 (孟子)' 의 '만장 (萬章)' 편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 글에 서술된 세 인물은 각기 독특한 고전적 덕목을 갖고 있지만 현대적 관점으로 보면 보완되어야 할 점도 없지 않다.

이들의 덕목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대비적으로 활용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구체적인 문제점 하나를 제시하고 그것을 해결하기에 가장 적합한 현실적 인간상을 구상하여 논하시오.

◇ 예시문

1.백이 (伯夷) 는 눈으로는 나쁜 빛을 보지 아니하며 귀로는 나쁜 소리를 듣지 아니하고, 섬길 만한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아니하고 다스릴 만한 백성이 아니면 다스리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이 다스려지면 나아가고 혼란하면 물러나서, 옳지 못한 정치가 나오는 곳과 옳지 못한 백성들이 머물러 사는 곳에는 차마 거주하지 못하였으며, 예 (禮) 를 모르는 향인 (鄕人) 들과 함께 거처하는 것을 마치 관복 (官服) 과 관모 (冠帽) 를 갖추고 더러운 길바닥에 앉은 것처럼 생각했다.

주 (紂)가 다스리는 시대가 되자 북해 (北海) 의 바닷가에 거주하면서 천하가 맑아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므로 백이의 기풍을 들은 자들 가운데 몰지각한 지아비는 분별력을 갖게 되고 나약한 지아비는 뜻을 세우게 되었다.

2.이윤 (伊尹) 은 "어떤 군주인들 섬길 수 없겠으며, 어떤 백성인들 다스릴 수 없겠는가" 라고 말하면서 세상이 다스려져도 나아가고 혼란해도 나아갔다.

그래서 "하늘이 이 백성을 낸 뜻은 먼저 안 사람으로 하여금 나중에 아는 사람을 깨우치게 하신 것이며, 먼저 깨달은 자로 하여금 나중에 깨달은 자를 깨우치게 하신 것이다.

나는 하늘이 낸 백성 중에 먼저 깨달은 자이니, 내가 장차 이 도 (道) 로써 백성을 깨우치겠다" 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천하의 백성 중에 필부필부 (匹夫匹婦) 라도 요순 (堯舜) 의 혜택을 입지 못한 자가 있으면 마치 자기가 그를 밀쳐서 도랑 속으로 빠뜨린 것처럼 생각하였으니, 이것은 천하의 중책을 스스로 맡은 것이다.

3.유하혜 (柳下惠) 는 더러운 군주 섬기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작은 벼슬을 사양하지 않았다.

벼슬길에 나아가면 현명함을 숨기지 아니하여 반드시 그 도리에 맞게 하였으며 버림을 받아도 원망하지 않고 곤궁을 당해도 걱정하지 않았다.

예 (禮) 를 모르는 향인 (鄕人) 들과 함께 지내면서도 유유히 차마 떠나지 못하여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니, 비록 네가 내 옆에서 옷을 함부로 걷어 올리고 벗어버린다고 한들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 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유하혜의 기풍을 들은 자들 가운데 옹졸한 지아비는 관대해지고 야박한 지아비는 돈독해졌다.

〈유의사항〉 ▶글의 길이는 1, 000자 내외로 할 것 (100자 이상 부족하거나 넘치는 경우는 감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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