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의개시 결정받은 기아협력업체 서울차체공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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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는 노사가 협력해 품질을 개선하고 수출에 적극 나서 지난해의 악몽을 털고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지난해 12월 24일 화의개시 결정을 받은 기아그룹 협력사인 서울차체공업㈜의 구재복 (丘在福) 사장은 신년화두로 '노사협력' 과 '수출' 을 내세웠다.

서울차체는 상용차용 적재함과 특장차등을 생산해 기아그룹에 납품하던 회사. 지난해 7월 기아가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은 뒤 뒤따라 부도를 내고 같은 계열사인 서울차량.차륜등 3개사와 함께 화의를 신청했었다.

재판부는 이들 3개사의 화의개시 결정 이유로 96년 9백억원대의 매출에다 흑자를 내고, 최근 5년간 흑자경영을 해왔으며, 94.56%의 채권단 동의가 예상되는등 회사갱생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丘사장은 화의신청후 어려움이 많았지만 음료수를 사들고 찾아와 "용기를 내라" 며 격려하고 더 열심히 일해준 노조와 근로자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차륜 이쌍봉 (李雙鳳)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4월 이후 상여금을 받지 못해 근로자들이 모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감봉을 감수하자고 노조원이 결의했다" 고 말했다.

회사측은 종업원들의 이같은 제살깍기 노력에 호응, 비상경영이 요구되는 올해도 다른 경비절감등을 먼저하고 인위적인 인원감축은 하지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갱생을 위해 이들회사는 부동산매각.경비절감등의 자구노력과 함께 자체 수출선 확보에도 여념이 없다.

서울차체는 그동안 119에 '셀보 (selbo)' 라는 제품명으로 납품했던 앰뷸런스를 말레이시아에 6백만달러어치 수출하기로 하고 상담을 진행중이다.

또 아시아자동차의 엔진을 장착한 소형 냉동밴과 내장밴을 주력상품화해 내수와 수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또 서울차륜은 스틸 휠을 성능과 디자인면에서 알루미늄 휠처럼 만든 '풀 페이스 (full face)' 와 스포츠카에 사용하는 트윈 휠 (twin wheel) 등 지난해 개발한 전략상품으로 미국등 선진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회사 정연길 (鄭然吉) 사장은 "이 두 상품에 올해 회사 명운을 걸고 수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고 말했다.

丘사장은 "지난해 겪었던 어려움은 생산의 80~90%를 납품할 든든한 대기업 덕분에 판로걱정을 하지 않던 중소기업의 한계를 깨닫는 수업료로 생각한다" 며 "앞으로는 대기업 의존형이 아닌 독자적으로 발전하는 중소기업이 되기위해 '환골탈태 (換骨奪胎)' 의 노력을 하겠다" 며 각오를 다졌다.

안산 =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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