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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우대 챙기면 1억원 대출에 연 170만원 절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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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26면

농구에서 골망이 걸쳐져 있는 둥근 테를 부르는 말은 ‘림(rim, 가장자리·변두리)’이다. 링이 아니다.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가 농구를 처음 고안했을 때는 지금처럼 쇠로 된 림과 그물이 아니라 복숭아 담는 바구니를 3m 정도 높이에 매달아 사용했다. 농구가 영어로 바스켓볼(basketball)인 것도 이 때문이다. 바구니에 공을 넣다 보니 골인될 때마다 경기가 중단됐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공을 꺼내야 해서다. 바구니 밑을 뚫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건 15년이나 지나서다. 1906년이 될 때까지 불편하기는 했지만 누구도 규칙을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주어진 규칙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CD금리 떨어지는데 대출 금리는 제자리

‘100년 만에 한 번 올 법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대출금리 결정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해 움직이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CD 금리가 대출금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CD 금리는 뚝뚝 떨어지는데 대출금리는 그만큼 하락하지 않는다. 역마진을 우려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얹어 받고 있어서다. 대출자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가산금리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장과 따로 노는 CD 금리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은행은 금리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정부에서 예금과 대출금리를 정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96년까지 단계적으로 금리 자유화 조치가 이뤄진 뒤부터는 은행들이 알아서 금리를 정하게 됐다.이때 은행들이 대출 시 사용한 방법이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 연동 대출이다. 은행 수신금리에 약간의 마진을 더한 우대금리에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일단 대출이 나간 후에는 고객이나 은행 중 어느 한쪽이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단기야 상관없지만 장기, 예를 들어 부동산담보대출과 같은 경우에는 위험이 크다.

그래서 99년 들어 은행들이 선보인 것이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변동금리에 따라 대출금리도 같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기준이 되는 변동금리는 CD 금리다. 당시 CD는 은행의 가장 중요한 자금 조달원 중 하나였다. 은행들은 자금의 절반 가까이를 CD를 팔아 조달하기도 했다. 또 만기가 짧고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이 많아 단기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데 가장 적합한 기준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중은 예·적금이 80%, 금융채가 12%다. CD로 조달하는 비중은 8%에 그친다. 반면 전체 대출의 60~70%는 이자율이 CD 금리에 연동돼 있다. 자금을 CD로 조달하지 않는데도 대출금리는 CD를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다. 금융연구원 김자봉 연구위원은 “대출금리는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적금 금리의 하락분만큼 낮아졌다”며 “그러나 CD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CD 금리가 내려가도 대출금리가 반드시 하락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CD 금리=시장금리’라는 등식에 균열이 생기면서 새로운 금리 체계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달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CD 금리에 연동하는 대출금리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각종 금융 연구기관들도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결론은 미완이다. CD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없다. 홍콩 은행들이 하이보(HIBOR·홍콩 은행 간 거래 때 적용되는 평균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코리보(국내 은행 간 거래 때 적용되는 평균 금리)를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코리보는 거래가 거의 없어 대안이 되기엔 부적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금리 체계를 바꾸게 되면 금리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 고객들과 금융당국의 반발이 우려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금융 환경에서 CD 금리 체계의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다리면 되지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5% 넘게 줘야 신규 대출
21일 현재 3개월짜리 CD 금리는 2.41%다. 그러나 이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외환은행의 경우 최고 6.57%에 달한다. 대출 규모가 가장 많은 국민은행이 2.67~4.37%, 우리은행이 3.31~4.61%, 신한은행이 3.21~4.51% 등이다. 이것도 고시금리 기준이 그렇다는 얘기다. 은행의 고시금리는 이미 대출을 받고 있거나 만기를 연장할 때 적용받는 금리다.

신규 대출을 받으러 은행을 직접 찾아가면 이런 금리는 ‘그림의 떡’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서울 시내 지점 몇 군데를 조사했더니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대부분 5%는 넘게 줘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변동금리에는 0.8~2.1%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금리 우대 혜택을 거의 없앴기 때문에 대부분 가산금리가 2.1%포인트는 붙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확히 말하자면 가산금리를 높였다기보다는 가산금리에서 지점장 전결이나 거래 실적 등으로 깎아 주는 이자율 폭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출 이자가 비싸다며 은행 문을 나서는 고객을 역마진이 나지 않을 수준의 초저금리를 제시하며 붙잡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싸서 싫다면 다른 은행에 가 보라는 식이다. 최근 알려진 국민은행의 내부 평가 지침에 따르면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경우 영업점 평가가 좋아진다.

은행 지점 입장에서는 가산금리를 낮춰 가면서까지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릴 필요가 없게 됐다.그래도 은행들이 제시하는 금리 우대 혜택을 꼼꼼히 챙기면 한 푼이라도 싸게 대출받을 수 있다. 그러려면 은행 한 곳을 지정해 집중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은행들은 거래 실적에 따라 고객들을 분류한다. 실적이 가장 좋은 고객은 일반 고객에 비해 0.2~0.7%포인트 정도 이자를 깎아 준다.

거래 실적을 쌓으려면 해당 은행으로 급여를 이체하고 그 은행의 신용카드·체크카드 등을 이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통장에 수천만원을 넣어 놓고 있는 것보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매달 100만원씩 쓰는 게 거래 실적을 쌓는 데 열 배는 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에서 파는 예·적금, 적립식 펀드, 퇴직연금, 보험 등에 가입해도 0.1~0.2%포인트 정도 금리를 우대해 준다. 아파트 관리비, 공과금 등을 자동 이체해도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1억원을 변동 금리로 대출받을 경우 급여이체를 하고(0.2%포인트), 아파트 관리비를 이체하고(0.1%포인트), 신용카드를 이용하고(0.1%포인트), 적립식 펀드에 10만원 이상 자동 이체하고(0.2%포인트), 은행 우수고객이 되면(0.3%포인트) 1년에 총 90만원의 이자를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국민은행에서 1억원을 대출받을 때 모든 우대 금리 혜택을 챙긴다면 최고 1.7%포인트, 연간 17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고정 VS 변동, 그것이 문제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를 택할 것이냐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보통 고정금리는 변동금리에 비해 1.5%포인트 안팎 비싸다. 향후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서식으로 말하자면 금리 상승기에는 고정금리를, 금리 하락기에는 변동금리를 선택해야 한다.

현실은 교과서가 아니다. 향후 금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분간 저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지만 경기회복이 빨라지면 금리도 빠르게 상승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연 6~7%로 고정금리형 대출을 받은 이들이 웃음 지었다. CD 금리가 급등하면서 변동형 대출 금리가 연 8~9%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 년도 안 돼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현재 변동금리형 대출자들은 최저 연 3% 후반대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지금 변동금리로 신규 대출을 받더라도 연 5% 선이면 된다. 고정금리형 대출자들은 변동금리형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갈아타려면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대출 갈아타기는 새로운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방식이다. 보통 기존 대출 원금의 1~2%를 중도상환 수수료로 낸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연 7%의 고정금리로 빌린 사람이 연 5%의 변동금리로 갈아탄다면 이자 부담은 연 200만원이 줄지만 100만~200만원을 중도상환 수수료로 내야 한다.
신한은행 이백순 재테크팀장은 “금리 차이가 2%포인트는 넘어야 갈아타기의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대출 규모와 상환 기간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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