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다, 찬 공기에 태풍 소멸…'민들레' 피해 적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전남 목포에 상륙해 우리나라를 관통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7호 태풍 '민들레'가 4일 오전 힘을 잃고 소멸됐다.

집중호우와 강풍을 동반해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던 민들레가 한반도 상륙 직전 소멸된 것은 낮은 해수면 온도에 원인이 있다.

지난달 23일 발생한 민들레는 6일 후 대만 타이베이 남쪽 700㎞ 해상을 지날 때만 해도 중심기압 940h㎩, 최대풍속이 초속 45m까지로 커졌다. 제주도 남쪽 해상인 북위 30도 부근까지 올라올 때만 해도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23m를 유지했다. 주변 해수면 온도가 27도로 다소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 남쪽 해상으로 접근하면서 민들레의 세력은 점차 약해졌다. 제주도 남쪽의 바닷물 온도가 22~23도로 낮아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한 것이다.

또 우리나라 부근 1.5㎞ 상공에서 남하하는 찬공기도 태풍의 힘을 빼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했다. 이와 함께 대만을 통과하면서 '체력 소모'가 많았던 것도 민들레가 급격히 소멸된 이유로 꼽힌다.

민들레가 사라지긴 했지만 비가 당장 걷히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침수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오후 시간당 60㎜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던 전남 목포지역은 4일 오전 3시35분쯤 해수위가 높아지면서 산정동 북항.삼학도.갓바위.동명동 어판장 일대 도로 네곳이 침수되는 등 주택과 상가 등 건물 157채가 물에 잠겼다.

전북 지역도 이날 오전 4시쯤 군산시 해망동 해안도로 부근 주택 10여채가 만조시간대에 바닷물이 도로 위로 넘쳐 침수피해를 봤으며, 김제시 신촌동과 요촌동 저지대 상가 100여채도 한때 물에 잠겼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봤던 경남 마산지역에서도 지난 3일 밤 만조로 바닷물이 역류해 신포동 일대 어시장 횟집 20여곳과 대우백화점 뒤 저지대 도로가 침수됐다.

이 밖에 강한 바람과 비로 4일 현재 여수와 제주공항 등 국내선 82편의 항공노선이 결항됐다.

인천과 군산.목포.통영항 등을 오가는 연안 여객선 105항로 154척의 운항도 중단됐다.

제주항 등 전국의 주요 항구에만 선박 8만7000여척이 대피했고, 지리산국립공원 등 전국 18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주요 등산로 132개 구간이 통제돼 등산객 87명이 지리산 장터목.세석.벽소령 등 8곳의 대피소에 분산 대피한 상태다.

한편 동해 중부 전해상에 풍랑주의보가 예고됨에 따라 포항~울릉도 간 정기여객선 운항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경북 울릉도를 찾은 300여명 관광객의 발이 묶였다.

사회부.정책기획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