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어디까지 왔나] 5. 대장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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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새로 도입한 대장 CT는 내시경에 비해 아프지 않고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다. [대항병원 제공]

▶ 용종(左)과 대장암을 CT로 촬영한 모습.

댄서킴으로 널리 알려진 인기 개그맨 김기수(27)씨는 최근 모방송 프로그램 촬영차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20대 후반의 한창 나이이므로 아무 것도 없을 것이란 일반인의 생각과 달리 직경 2㎝의 용종(대장에 생기는 작은 양성종양)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내시경 끝에 달린 전기 올가미를 통해 불과 수초 만에 용종을 떼어냈다. 의료진은 만일 수년 뒤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면 대장암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대장암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최근 10년 단위로 환자 숫자가 거의 두배씩 증가하고 있다. 암 전체 순위에선 4위지만 증가속도에선 단연 1위다. 대장암을 이기기 위한 방법들을 살펴본다.

◇용종에 주목하자=대장암은 일조일석에 생기지 않는다. 처음엔 용종이라 불리는 작은 혹으로 시작한다. 대항병원 대장암센터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이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은 4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장 속에서 용종이 발견된 사람이 36%나 됐다.

용종이 있다고 모두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암이 될 확률이 높은 용종이라면 적극적으로 제거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대개 용종에서 암까지 악화하는데 10년 정도 걸린다. 4~5년에 한번 정도 대장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검진법은 내시경이다. 내시경은 S상 결장경과 수면 내시경으로 나뉜다. S상 결장경은 항문에서 40㎝까지 부위만 살펴보는 간단한 검사다. 전체 대장의 60%가 여기에서 발생하기 때문. 관장 후 바로 검사할 수 있는 등 간편성이 장점이다. 그러나 상부 대장은 관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수면 내시경은 수면제 주사 후 대장 전체를 살펴보는 검사다. 검사 전날 관장이 필요하다.

◇내시경이 두려우면 대장 CT를 이용하자=최근 대장을 살펴볼 수 있는 CT가 국내 의료계에 도입됐다.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대장에 생긴 혹의 모양을 재현해낸다.검사시간이 짧고 아프지 않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불과 15초 만에 촬영할 수 있다.

대항병원 이두석 과장은 "대장 이외 간이나 췌장.신장 등 복부 주요 장기들에 생긴 혹도 한꺼번에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CT검사는 내시경과 달리 조직검사 및 전기올가미를 이용한 용종 제거까지 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항문으로 내시경을 삽입하는 것이 불편하거나 장내 협착으로 내시경이 어려운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복강경 수술이 있다=대장암 치료는 수술이 기본이다. 항문 바로 가까이 위치한 암만 아니라면 인공항문을 꼭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장암도 조기 발견할 경우 90%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개복 수술 대신 복강경 수술이 도입돼 확산되고 있다. 배의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복강경을 집어넣어 암이 발생한 장기를 제거한다. 장기 손상을 최소화함으로써 회복이 빠르고 흉터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한솔병원 대장암 복강경수술센터가 이곳에서 치료받은 대장.직장암 환자 324명을 70세 이상 고연령군과 70세 미만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술시간.출혈량.입원기간.합병증.사망률 등에서 두 집단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이는 복강경이 고연령층에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라는 뜻.

그러나 외과의사가 눈으로 직접 살펴보며 떼어내는 수술보다 암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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