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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핵미사일 탑재한 핵잠수함 중국, 세계에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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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략 핵 미사일을 탑재한 중국 핵 잠수함 창정 6호가 23일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군 통수권자인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사열함 앞을 지나고 있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선박들은 이날 열린 중국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 열병식에 초청된 외국 군함들이다. [칭다오=AP 연합뉴스]


“두두둑! 두두둑!” 갑자기 굉음을 내면서 중국 해군 헬기가 공중에 나타나자 이를 신호 삼아 열병식이 시작됐다. 본지는 중국 외교부의 초청을 받아 중국 국방부 관계자의 안내로 중국 해군의 초대형 원양 훈련함 정허(鄭和)함을 타고 현장에서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앞서 22일에는 미사일 호위함인 원저우(溫州)함에 탑승하고, 잠수함 창청(長城) 218호를 참관했다.

열병식은 분열식과 사열식의 두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다. 세계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중국 해군의 해상 분열이 시작됐다. 중국인민해방군 통수권자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을 비롯해 29개국 대표가 탄 미사일 구축함 116호 스자좡(石家莊)함(6000t급)은 정지 상태에서 100m 전방에서 전개되는 분열식을 지켜봤다.

스좌좡함 앞에 전략 핵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 창정(長征) 6호를 선두로 창정 3호 핵잠수함, 재래식 디젤 잠수함인 창청(長城) 218호와 창청 177호 등 모두 네 척으로 구성된 잠수함 부대가 차례로 등장해 후 주석 앞을 지나갔다. 열병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이 맨 마지막에 나타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선두에 섰다. 딩이핑(丁一平) 중국 해군 부사령관은 해상 열병식에 앞서 “(중국) 핵잠수함 함대가 외부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장 관계자는 “8000t 규모의 샤(夏)급인 창정 6호는 1988년 9월 전략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고 95년 말에는 사거리 8000㎞의 ‘쥐랑(巨浪) 2호’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됐다”며 “중국 해군의 핵 전력을 보여주기 위해 핵잠수함을 맨 앞에 배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해함대 소속의 미사일 구축함 115호 선양(瀋陽)함을 시작으로 란저우(蘭州)함·광저우(廣州)함·하얼빈(哈爾濱)함·다롄(大連)함까지 다섯 척의 구축함이 줄을 이었다. 구축함대의 상공에는 해상 초계기 다섯 대가 저공 비행을 했다. 7척의 호위함에 이어 대형 상륙함인 쿤룬(崑崙)함과 8척의 쾌속 미사일함이 지나가면서 20분의 사열은 막을 내렸다.

분열식에서 잠수함·구축함·호위함·미사일함 등 25척의 군함 외에도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신형 전투기 젠(殲) 시리즈 등 31대의 항공기가 동원됐다. 이들 전투기는 분열 중간에 72발의 축포를 쏘았다.

현장을 지켜본 한국 해군본부 이강혁 중령은 “핵잠수함을 비롯해 주력 군함을 대거 동원해 중국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캐나다 해군의 태평양사령부에 근무하는 한국계 황재윤 대위는 “4년 만에 다시 본 중국 해군의 장비와 무기가 몰라보게 현대화된 것을 실감했다”고 평가했다. 오후 2시50분. 분열에 이어 진행된 사열은 후 주석이 탄 배가 14개국에서 파견한 21척의 외국 군함 앞을 이동하면서 진행됐다.

선두에는 중국의 미사일함인 시닝(西寧)함이 서 있었다. 이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항한 태평양함대 소속 구축함 와랑그호, 미 7함대 소속의 미국 구축함 피츠제럴드호, 인도의 뭄바이 구축함이 줄줄이 후 주석의 사열을 받았다. 한국 해군이 파견한 강감찬함은 중국·러시아·미국의 구축함과 나란히 서 있었다. 21척의 외국 군함 중에서 열다섯 번째로 한국의 상륙지휘함인 독도함이 나타났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해상 열병식은 중국 해군이 대양 해군으로 발돋움한 것을 세계에 널리 알린 전례 없는 행사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칭다오(중국 정허함상에서)=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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