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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선박금융 물꼬 트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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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부가 23일 발표한 ‘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해운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가로 선박을 매입한다는 조건 등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은 대체로 다 들어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발주한 선박의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한 해운사를 위해 수출입은행 조선지원금 3조7000억원과 선박금융 1조원 등 4조7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한 데 대해 대체로 환영했다.

STX팬오션의 황성민 홍보팀장은 “선박금융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해운 선박금융에 1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환영할 만하다”며 “꽁꽁 얼어붙은 선박금융에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박펀드 규모 4조원이면 경쟁력 있는 선사를 살리는 데는 충분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는 “170개가 넘는 해운사를 모두 다 살리려면 몇십조원도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소형 해운사 10여 곳은 사실상 폐업 상태이거나 외항선 면허를 반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해운사 관계자는 대형 해운사 38개의 신용위험평가 시기를 다음 달 초에서 이달 말로 앞당기고, 채무조정이 개시된다는 점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채무조정으로 해운사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중소형 해운사는 ‘시가 매입’ 방안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선박 가격이 헐값 중의 헐값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시가를 정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자금 조달이 급한 중소형 해운사에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선주협회는 “정부가 제시한 틀 안에서 세부 조건을 잘 맞춰가야 할 것”이라며 “선박의 ‘매각 후 임대’ 형식에 따라 시가를 낮게 책정하더라도 나중에 비슷한 가격에 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조건이라면 해운사에 유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선주협회 양홍근 이사는 “선박펀드의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선박투자회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여전히 논의 중”이라며 “실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서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대한해운(11.85%)·한진해운(5.14%)·현대상선(4.32%) 등 주요 해운주는 모두 큰 폭으로 뛰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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