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해 누빈 '독도함'과 '강강찬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동해를 외로이 지키는 독도. 그 이름을 딴 한국형 상륙 지휘함이 독도함이다.

23일 오후 기자는 중국 외교부의 초청을 받아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중국 해군 군함인 정허(鄭和)함에 올랐다. 명나라때 중국의 영향력을 인도양과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떨쳤던 환관 정허의 이름을 딴 군함이다.

이날 중국 산둥성 칭다오 앞바다에서는 중국 해군 창군 60주년을 기념하는 해상 열병식이 열렸다.

미국·러시아·일본·프랑스·호주·인도 등 29개국이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세계 14개국이 군함 21척을 파견했다. 해상 열병식에서 기자의 관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대양해군'으로 도약하기 위해 항공모함도 건조하겠다고 밝힌 중국의 군사력 팽창 움직임을 살피는 일이었다. 또 하나는 한국이 파견한 독도함과 강감찬함의 활약상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날 오후 2시 20분부터 시작된 해상 열병식은 분열과 사열로 나눠 진행됐다. 분열은 중국의 군 통수권자인 후진타오 국가 주석이 중국 해군을 상대로 진행했다. 핵잠수함을 비롯해 25척의 군함과 31척의 항공기가 동원됐다.

기자의 관심은 독도함과 강감찬함이 등장한 후반부에 더 쏠렸다. 마침내 오후 2시 50분. 사열이 시작됐다. 21척의 군함이 정지한 채 한 줄로 바다 한가운데 늘어서 있고, 그 앞을 후진타오 주석을 태운 중국의 구축함 스자좡함이 지나가는 형식이었다.

눈길은 외국 군함의 배치 순서에 쏠렸다. 통상 군함 배치 순서는 알파벳으로 정하고, 주최국이 결정한다고 한국 해군 관계자가 전했다. 따라서 군함 배치 순서를 보면 중국 해군이 이번에 파견된 외국 군함의 비중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친소 관계까지 파악할 수 있다.

중국의 구축함인 시닝함에 이어 러시아·미국·인도의 구축함이 눈앞에 나타났다. 다섯 번째로 강감찬함( 4800t급)이 등장했다. 강감찬함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려 명장의 웅혼한 기상을 보는 듯했다. 흥분을 접고 독도함이 등장하길 기다렸다. 독도함은 칭다오 중국인들에게도 관심거리였다.

일반인 입장이 허용된 22일 한 여성은 아이를 데리고 독도함이 정박된 부두를 찾았다. 아이가 "저 배 어느 나라 배야"하고 묻자 그 여성은 큰 소리로 "코리아"라고 대답했다.

독도함은 열다섯 번째로 등장했다. 독도함에 승선한 한국 해군 장병들이 후진타오 주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후 주석도 답례했다.

현장을 지키던 수십 명의 외신 기자들은 독도함의 뒤쪽에 새겨진 한글 두 글자(독도)를 보고 "저게 무슨 뜻이냐"며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자는 "다케시마(竹島)가 아니라 한국 동해의 외로운 섬(lonely island) 독도(獨島)"라고 대답해줬다.

독도함은 이렇게 중국의 동해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중국이 자국 해군력을 뽐내는 자리에서 강감찬함과 독도함은 의연하게 한국을 알렸다.

칭다오(중국 해군 정허 함상에서)=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