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위기극복 특별기도회·해외순례 자제등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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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제 우리는 빈사상태로 눈보라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 섰다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

부도와 실직의 벌판이다.

IMF의 눈보라에 눈조차 뜨기 어려운 상황이다.

멀리 교회의 종소리와 사찰의 목탁소리가 그나마 위안을 준다.

그런 뜻에서 종교계도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절망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신도들이 앞장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구랍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모여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던 종교지도자들은 각 종교별로 구체적인 극복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국민들도 사재기등 개인주의에 빠지지 말고 국난을 이길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고 강조했던 천주교 김수환추기경은 서울대교구로 돌아가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기도와 실천' 을 발표하고 구체적 실천사항까지 일일이 챙겼다.

김추기경은 성령의 해인 올해 '복음적 가난에 사는 교회' 를 강조하고 "이 난국을 우리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성숙한 신앙인이 되도록 하느님이 주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고 말했다.

구체적 실천사항으로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특별기도회 및 전문위원회 구성 ▶예산 하향조정 ▶복음적 청빈의 실천 및 교육 등을 마련했다.

불교조계종 송월주총무원장도 "기업.정부.정치권이 국민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의 역량을 하나로 모을 때 지금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다" 며 외국산 농산물과 다과를 불전에 올리지 않고 해외성지순례를 자제하는 등 불자들의 실천지침을 발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 김홍도대표회장은 "일제하 국채보상과 물산장려운동을 통해 애국정신을 드높였던 것처럼 모두 일치단결해 경제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자" 며 교회의 근검절약 솔선수범과 기도를 통한 국민적 통합을 강조했다.

'경제주권상실' '경제신탁통치' 등의 용어가 난무하자 민족종교들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드높다.

원불교는 이소성대 (以小成大).무아봉공 (無我奉公) 의 정신을 강조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 을 호소하는 한편 ▶예산감축 ▶해외행사 중지 ▶근검절약운동 등 12가지의 실천사항을 마련했다.

천도교도 경제살리기 범국민운동을 추진하며 작은 차 타기.우리상품 애용하기 등 18개 국민자구 (自求) 운동지침을 발표해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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