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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LNG선·유조선 등 주문 왜 몰리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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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바다 위를 떠가는 커다란 배 모습을 보신 적 있죠. '수출 한국'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조선(造船)업체는 그런 선박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는 선박을 제조하는 기술이 세계 1위랍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조선업체며, 동시에 세계 1등 조선업체이기도 하죠. 요즘 국내 조선업체는 사상 유례없는 수주 풍년을 맞고 있습니다. 선박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은 몰리고 있지만 만들 장소가 모자라 못 만드는 '행복한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은 3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이익이 많이 남는 비싼 선박만 골라서 수주하고 있답니다. 왜 선박을 만들어 달라는 회사가 늘고 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세계 물동량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세계 경제가 점차 회복되고 있고, 중국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각국을 돌아다니며 화물을 실어 나를 배가 더 필요해졌습니다.

또 오래된 선박을 교체하려는 선박 회사들도 많아졌습니다. 선박 수명은 대략 25~30년 정도인데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선박 가운데 20년 이상 운항한 선박은 30%, 25년 이상 운항한 선박은 16% 정도입니다. 지금 바다 위에 떠다니는 선박의 절반가량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폐기처분될 테니 이를 대체할 선박이 필요한 거죠.

해양 오염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강도가 세진 것도 선박 수요를 늘리고 있습니다. 2002년 유조선인 프레스티지호가 스페인 인근 해안에서 좌초돼 많은 양의 기름을 바다에 흘렸습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국제적인 규제가 더 강화됐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해양오염 방지 기준에 미달하는 선박에 대한 입항을 금지하고 있을 정도랍니다. 오래돼 고장이 나거나 좌초될 가능성이 큰 선박은 더 이상 운항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앞으로 2~3년간은 수주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고부가가치 선박이 있나요=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주로 만드는 배는 화물선 중에서 가장 비싼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 유조선, 초대형 컨테이너선입니다.

LNG선은 LNG를 운반하는 배인데 한 척에 2000억원이 넘습니다. 이렇게 비싼 건 배를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기체상태인 LNG를 배에 넣어 운반할 때는 액체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여서 영하 160도의 LNG선 화물창고에 넣는 거죠. 이 화물 창고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LNG는 바로 폭발해 버립니다. 아직 그런 경우는 없지만 LNG선이 항구에서 폭발하면 항구도시가 통째로 날아갈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 배를 운용하는 선주사들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조선업체에 선박 제작을 의뢰할 수밖에 없죠. 현재 LNG선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단연 1등입니다. 중동에 있는 '카타르가스'라는 가스회사는 최근 자신들이 운항할 44척의 LNG선을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에 모두 의뢰했을 정도니까요. VLCC라고 불리는 초대형 유조선 제작도 늘고 있습니다. 이 배는 30만t 이상의 원유를 한번에 나를 수 있는 배로 한 척 가격이 1200억원을 웃돕니다.

◆배 한 척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보통 2년이 걸립니다. 배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먼저, 재료가 되는 후판을 사다가 잘라서 설계대로 이어 붙입니다. 그 후 도크(배를 건조하는 큰 웅덩이)로 옮깁니다. 도크 안에서는 큰 후판 조각들을 배 모양으로 조립하고 내외장 공사를 합니다. 선박이 완성되면 도크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운 뒤 바다로 내보냅니다. 도크의 크기에 따라 만들 수 있는 선박의 척수가 정해지겠죠. 그래서 각 업체들은 땅 위에서 건조하는 기간을 늘리려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답니다. 육상건조 기법이니 메가블록(배를 큰 조각으로 만들어 조립하는 방법) 공법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도크 부족을 해결하려는 방안입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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