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교육감 보궐선거 혼탁·불법 판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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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치러지는 충남도교육감 보궐선거가 막판 불법선거운동과 후보자간 비방이 잇따르면서 ‘혼탁·과열선거’ 양상을 띠고 있다. 부재자신고 과정에서 한 후보진영이 허위 신고를 한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는가 하면 또 한 후보진영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히 천안과 아산에서는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충남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와 관련해 불법선거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된 건수만 22건에 달한다. 이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 교육계에서는 벌써부터 당선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두 차례나 전직 교육감이 낙마해 전국적인 망신을 샀는데도 후보들의 헐뜯기가 난무하고 부정선거 징후가 포착되면서 투명한 선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한결 같은 지적이다.

◆막판 혼탁선거 여전=충남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허위로 부재자신고를 한 혐의로 A후보 선거캠프 관계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4명을 수사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20일 100여 명의 수사인력을 동원, A후보의 선거캠프를 압수 수색했다. 컴퓨터와 서류·장부 등을 압수하고 사전공모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허위 부재자신고 과정에서 선거전문 브로커의 개입여부도 조사 중이다. 또 회계내역 등 금전지출 부문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투표용지를 특정장소로 발송하도록 한 사례가 400여 건에 달하고 충남 전역에서 1만200여 건의 무더기 부재자 대리신청자의 신상정보가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후보 측은 “일부 지지자들이 선거법 위반임을 모르고 저지른 착오이고 오해”라며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은 공권력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9일에는 충남선관위가 아산지역 고위 교직원과 전·현직 교장·교감 등 17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공주 K대학 출신인 이들은 지난달 24일 아산의 한 식당에서 최근 아산으로 전입한 4명의 교장·교감을 초청, 저녁자리를 가졌다. 선관위는 이날 자리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는 제보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앞서 선관위는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로 C씨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연기군에 사는 이들은 지난달 26일 한 식당에서 특정 교육감 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며 선거구민 16명에게 31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선거구민들을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시켜 후보와 인사시키거나 연설을 듣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비방 유인물도 난무=15일 충남 서천에서 한 후보를 비방하는 유인물이 발견된 데 이어 16일 아산에서도 후보비방 유인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상대 후보를 깎아 내리기 위해 이 같은 유인물이 뿌려진 것으로 보고 CC(폐쇄회로)TV 분석 등을 통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천안지역의 학원 광고 전단지에서 특정후보 명함이 끼워졌다는 제보가 선관위에 접수되기도 했다.

선거 막판 각 캠프의 네거티브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쟁 후보들의 약점을 자극시켜 이미지를 깎아 내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예비후보 시절 쏟아지던 정책이나 공약 역시 자취를 감추고 설전과 비난만 난무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최근 열린 대담·토론회에서 후보들은 공약·정책발표보다는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상대후보를 공격하는 빈도가 높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 선거 치르나 ‘걱정’=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불법·탈법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선거 후 불어 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더욱이 후보등록 직후 선거브로커들이 각 후보들의 캠프에 접근, “표를 만들어 주겠다”며 거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지방선거에서 조직을 결성했던 일부 인사들이 표를 미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계 고위 관계자는 “선거에 당선된 교육감이 또 다시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면 충남교육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며 “추락한 이미지를 쇄신해야 할 이번 선거가 오히려 충남교육을 나락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러다가 선거가 끝나는 동시에 새로 선거를 치르는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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