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감 당선 후 삐걱대는 경기 교육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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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상곤(59·한신대 교수·사진)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다음 달 6일 취임을 앞두고 교육과학기술부·경기도교육청과 갈등을 빚고 있다. 김 당선자는 8일 치러진 선거에서 전교조·민주노총·민주노동당의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경기도교육청은 22일 당선자에게 업무보고를 하기로 했으나 예정 시각 5분 전에 보고 계획을 취소했다. 교육청 기획예산과 김익소 과장 등 10명은 이날 오전 10시 업무 브리핑을 하기 위해 도교육정보연구원에 마련된 보고회장에서 대기하다 오전 9시55분쯤 도교육청의 전화를 받고 그냥 돌아갔다.

기획예산과의 한 간부는 “김 당선자 측이 ‘당선자가 오늘 일정이 바빠 직접 보고를 받을 수 없으니 취임준비팀에 보고하라’고 했다. 당선자가 아닌 준비팀에 하는 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도교육청으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윗선에서)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 때문에 철수한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청 고위 간부는 “당선자에게 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민간인 신분의 취임준비팀 구성원들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업무현황 자료를 토대로 필요한 사안에 대해 보고가 아닌 설명 형식으로 브리핑한다는 게 당선자 취임준비팀과 교육청의 합의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당선자 측은 교과부가 도교육청을 ‘원격 조정’ 하는 것으로 보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한 관계자는 “진보 성향의 당선자를 길들이기 위해 교과부가 배후에서 부교육감을 움직이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김 당선자는 김남일 부교육감에게 전화를 걸어 보고하지 않은 이유를 따졌다. 하지만 갈등이 표면화되자 당선자 측 취임준비팀은 오후 3시부터 교육청이 작성한 서면 업무자료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를 대신하기로 해 봉합에 나섰다.

이에 앞서 김 당선자는 21일 교과부와 도교육청이 설립 계획을 확정한 고양·화성 국제고 설립 문제를 놓고 맞부딪쳤다. 김 당선자는 일부 언론을 통해 “국제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겠다. 국제고 설립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두 국제고 설립을 위해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화성국제고는 설계를 공모 중”이라며 “현재로서는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고양·화성시도 “숙원 사업인 국제고 설립이 무산될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고양국제고는 택지개발시행사가 600억원을 들여 설립하며, 화성국제고는 화성시가 620억원을 들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지역 학부모들도 “국제고 설립을 가까스로 확정지었는데 이제 와서 바꾸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 교육청의 정책을 누가 믿겠느냐”고 성토했다.

김 당선자 측은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수원=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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