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5연승 SK, 10승 고지 1착 … 올가을에도 야구할 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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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경완이 만루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인천=이호형기자]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SK가 가장 먼저 시즌 10승(2무4패) 고지에 올랐다. SK는 22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서 13-1로 대승, 최근 5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다. 8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1991년 이후 지난해까지 시즌 10승에 선착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확률은 무려 95%(19개 팀 중 18개)나 된다.

승리의 주역은 SK 포수 박경완(37)이었다. 박경완은 이날 팀이 3-0으로 앞선 1회 말 2사 만루에서 타석에 섰다. 롯데 선발 송승준이 나주환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가점을 내준 직후였다. 박경완은 초구 볼을 흘려 보낸 뒤 2구째를 맞아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롯데 배터리가 볼넷에 대한 부담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한 것. 송승준의 시속 141㎞짜리 직구를 받아쳐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겼다. 순식간에 점수가 7-0으로 벌어지며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전날까지 899타점을 기록 중이던 박경완은 이 홈런으로 4타점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900타점(여덟 번째) 고지를 넘어섰다. 수비 부담이 가장 많은 포수가 900타점을 넘긴 건 박경완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을 통해 투수 리드와 도루 저지 등 수비에서 한국 최고 포수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현대 시절인 2000년엔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박경완의 발목은 온통 테이핑과 압박붕대로 도배돼 있다. 지난 시즌 말부터 아킬레스건 부상이 그를 괴롭혔으나 스프링캠프에 이어 WBC까지 치르며 회복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휴식이 필요할 법도 하지만 박경완은 팀을 위해 자신을 버렸다. 김성근 SK 감독이 박경완을 두고 “투수를 살리는 포수”라고 치켜세우는 이유다. 박경완은 김광현·전병두 등 젊은 투수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탁월한 볼 배합으로 자신감을 찾아주는 능력이 뛰어나다. 올 시즌 팀 주장을 맡고 있는 박경완은 “송승준이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이어서 볼 카운트 0-1에서 직구 하나를 노렸다”며 “900타점보다는 팀이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SK는 이날 승리로 지난해 6월 6일 이후 롯데전 12연승을 달렸다.

롯데는 SK전 연패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기 전 더그아웃에 소금을 뿌리고 선발 라인업을 대폭 조정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인천=허진우 기자, 사진=이호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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