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대학생 'IMF입대'…입영희망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엔 군대 가기도 쉽지 않네요. " 중앙대 법학과 3년 李모 (23) 씨는 최근 서울지방병무청에 입영 희망원을 내러 갔다가 입영희망자가 급증한 탓에 4월초에나 입영 가능하다는 담당자의 설명에 발길을 돌렸다.

입대 전후의 공백을 없애기 위해 내년 2월초 입대할 계획이던 李씨는 "4월초에 입영하면 복학때 한학기를 고스란히 허송하게 돼 내년 1학기를 마친 직후 입영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 A대학에 장남을 유학보낸 金모 (52) 씨도 요즘 아들의 군입대 문제로 고민에 빠져 있다.

몇달새 두배 가까이 뛰어오른 환율을 감당키 어려워 아들을 귀국시켜 군대에 보내려 했으나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金씨는 "입영까지 서너달씩 기다려야 하는데다 군대를 마친 뒤 복학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다시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 며 "귀국시킬 수도, 그냥 둘 수도 없어 고민" 이라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과 IMF 불황한파 속에 귀국 유학생과 대학생들의 조기입영 희망이 급증하는 바람에 군대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지난해 9백명에 못미치던 군입대자가 올해는 1천9명으로 15% 가량 늘어났으며, 특히 IMF한파가 불어닥친 기말고사 이후 입대 가능 여부를 묻는 문의가 두배 이상 늘고 있다.

전북대도 1천2백여명의 일반휴학자 가운데 군입대를 목적으로 한 경우가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외국어대 장학담당관실 병무담당 임현철씨는 "최근 한달새 지난해보다 15% 가량 많은 40여명이 입영한데 이어 1학년을 중심으로 하는 입영 문의도 두배 이상 늘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같은 '입대열풍' 에 따라 서울지방병무청의 경우 제대뒤 복학이 유리한 1, 2월 입영이 지난 10월 일찌감치 마감됐고, 3월 입영 희망자도 2백여명 이상 넘치고 있는 상태다.

대구지방 병무청도 지난해 이맘때쯤 하루평균 40여건 접수되던 입영희망원이 올해는 1백여건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달말 입영희망원을 제출할 경우 전주병무청 등 일부 지방을 제외하곤 4월이후에나 영장을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서울지방병무청 징집1과 정재영 (鄭在永) 반장은 "경제불황과 취업난을 고려, 입영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희망자가 폭주해 역부족" 이라며 "갈수록 입영적체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소 3개월 이전에 신청해주기 바란다" 고 말했다.

한편 고용불안의 영향으로 전역을 앞둔 학군 및 학사장교들이 복무연장을 신청하는 사례도 급증, 육군의 경우 5.5대 1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나현철.김종문.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