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쇄부도 먹구름…한국은행,IMF 요구통화량 맞추려 돈회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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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통화기금 (IMF) 등의 조기 자금지원으로 외환사정이 한 고비를 넘기자 이번에는 원화자금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IMF와의 합의로 한국은행이 시중에 풀린 돈을 본격적으로 빨아들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말까지 기업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가 1조원을 웃돌고 있는 등 기업 자금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자칫 또 한차례 연쇄부도 바람이 불어닥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29일부터 연말까지 사흘동안 올 최대 자금수요가 몰릴 것으로 내다보고 현금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연말보너스를 삭감.반납하거나 내년 1월이후로 미루는 대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칫하면 차입금 상환을 못해 부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에 걸쳐 통화안정증권이나 환매조건부국공채 (RP) 를 금융기관에 파는 형식으로 모두 5조6백억원을 거둬들였다.

한은이 지난 12일 금융기관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해준 긴급자금을 월말의 통화수위 (水位) 조절을 위해 다시 회수하고 나선 것이다.

또 IMF가 이달말까지 통화관리의 참고지표인 총유동성 () 증가율을 15.4%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 연말까지 통화긴축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은행들도 신탁계정을 통해 채권을 일부 사들이고는 있으나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대출을 끊은데다 종금.증권사에 대한 콜자금 지원도 여전히 빡빡하게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단기금리인 하루짜리 콜금리는 연 31.93%로 지난 24일의 연 30.11%보다 1.82%포인트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금수급상 실세금리가 하락할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IMF의 조기 자금지원에 따른 심리적 안도감으로 이날 유통수익률이 다소 하락세를 보였으나 회사채 및 기업어음 (CP) 의 거래량이 별로 많지 않아 시장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기업들의 경우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는데다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많아 연말을 앞두고 자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동양증권 김병철 채권팀장은 "회사채 발행물량은 이달중 사상 최대규모인 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며 "이 때문에 발행금리가 뛰어 기업들에는 연말연시가 큰 고비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기업들은 현금확보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내년 1월에도 금융기관 통폐합 등의 여파로 한차례 자금시장 공황이 예상돼 현금비축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고 말했다.

고윤희.남윤호.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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