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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IMF한파로 그룹 공채 슬그머니 감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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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가뜩이나 위축된 신입사원 채용시장에도 불어닥쳤다.

주요그룹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당초예정보다 최고 50%까지 줄였다.

상위 4대 그룹에 속하는 대우도 "상황이 달라졌다" 며 채용규모를 예정보다 20%나 축소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공채를 실시해 신입사원 최종합격자를 확정한 그룹중 당초 예정인원을 그대로 뽑은 곳은 두산 등 한두 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재계는 올해 30대 그룹의 실제 채용규모는 사상최악의 취업난을 겪었던 지난해의 80% 정도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전문지 리크루트의 유제흥 (柳濟興) 과장은 “호황기에는 인재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과열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나 올해는 인력수요가 크게 줄어 합격자중 중간이탈자가 발생해도 충원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고 말했다.

◇ 대부분 채용규모 줄인다 = 올해 4백50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던 한화그룹은 이를 4백20명으로 한 차례 축소했다.

한화는 어려운 경기를 감안해 전형기간중의 이탈자를 충원하지 않기로 다시 결정해 결국 2백60명을 채용하는 데 그쳤다.

고졸.대졸 영업인력을 해마다 대규모로 모집해 온 유통업계도 올해는 채용규모를 크게 줄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당초 2천2백명을 뽑기로 했으나 1천7백명으로 축소했다.

나머지는 기존 관리부문인력을 영업직으로 바꿔 보충키로 했다.

미도파도 연 2년째 신규채용을 않을 방침이며, 롯데.현대도 규모를 줄이거나 신규채용 시점을 늦췄다.

다만 프랑스계의 까르푸는 내년중 인천.대구 등에 6개의 할인점 개설이 예정돼 있어 2천4백여명을 신규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채용을 취소한 곳도 많다 = 한라그룹은 당초 3백명을 채용하기로 했으나 자금난으로 지난 6일 주요 계열사가 부도나면서 합격자 채용이 대부분 취소됐다.

50명을 뽑기로 했던 해태그룹은 결원이 발생할 경우에만 계열사별로 충원키로 해 사실상 올해 공채를 포기했다.

또 1백30명의 대졸 관리직사원을 합격시켰던 뉴코아그룹은 지난 22일 예정됐던 합격자 예비소집을 일단 연기했다.

그룹관계자는 “인력채용 계획을 다시 수립하기로 했으며 채용규모가 일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뉴코아그룹은 고졸.대졸 영업인력 채용계획도 전면 보류한 상태다.

◇ 대그룹도 채용 줄인다 = 이번주부터 합격자를 발표하는 4대 그룹중에서도 최근의 환경변화에 따라 예정인원을 줄이는 곳이 나오고 있다.

LG그룹은 예정했던 1천2백명보다 1백명 정도 늘려 뽑을 계획이었으나 최근 채용규모를 놓고 고심중이다. 1천5백명을 채용하기로 한 대우그룹도 예정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1천2백여명으로 줄였다.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3천2백명을 선발하기로 한 현대그룹은 예정인원 3천1백54명을 대부분 채용키로 확정했으나 입사발령.연수 등은 계열사별로 별도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계열사의 신입사원 입사시기는 내년 2~3월까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와 같은 2천6백명을 예정하고 있는 삼성그룹은 일단 채용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이기원·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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