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해외출판 흐름…실용처세·명상류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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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한해 외국의 출판계를 돌이켜 볼때, 예년 수준을 고수한 미국이외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불황의 고통을 겪었다.

특히 프랑스나 일본은 그 사정이 우리나라 못지않게 심각한 한해였다.

출판계의 불황은 국가별 경제.사회상황에 기인한 것으로서 전자출판을 포함한 멀티미디어에 의한 대체효과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의 경우 대형출판사들의 주도하에 수년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런 현상이 뚜렷했던 것은 비소설분야로서 실용.처세와 명상.에세이류가 강세를 보였다.

존 베렌트의 '선과 악이 공존하는 한밤중의 정원' ,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사라 본 브론넉의 '행복의 발견' 이 그 대표적인 예. 소설부문에선 추리.스릴러.뉴에이지풍의 퇴조와 함께 인간의 영원한 화두인 아름다운 사랑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이 팔렸다.

대표적인 예로 두 남녀의 잔잔하고도 감동적인 사랑을 다룬 로버트 스파크스의 '노트북' 이 6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의 특징은 역사소설의 대두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 는 전세계에 이집트 바람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러한 흐름은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 으로 이어져 어려운 프랑스 출판계에 그나마 활력소로 작용을 했다.

그외에는 가벼운 철학서 또는 명상관련 서적이 주류를 이뤘다.

장 프랑수아 레벨과 마티우 리카르의 대담집인 '승려와 철학자' , '엘르' 편집장이었던 장 도미니크 보비의 '잠수복과 나비' , 카트린 클레망의 '테오의 여행'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출판왕국.인쇄왕국이라 불리는 일본 또한 무력함을 보여준 한해였다.

출판업자들간에는 "이렇게 반품을 많이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을 정도다.

올해 특징으로는 경제.경영관계 서적이 득세하는 독서풍토를 뚫고 문예부문에서 베스트셀러, 롱셀러가 나왔다는 점이다.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하며 더욱 유명해진 유미리의 '가족시네마' '불가의 요람' '타일' 등이 대표적이며 꿈속에서 죽은 딸을 만난다는 내용이 아름답게 그려진 아사다 지로의 순문학 단편집 '철도원' 또한 5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상위권에 머물러 있다.

현대 일본사회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중년층의 불륜을 소재로 한 와다나베 준이치의 '실락원' , 하야시 마리코의 '불유쾌한 파일' 등의 작품도 모두 10주이상 베스트셀러에 올라 1백만부 이상씩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비문예 부분은 이렇다할 특징이 없이 비교적 조용한 한해였다.

홍성일 <임프리마 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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