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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종근 전북지사…국제금융협상 핵심역“구체안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유종근 (柳鍾根) 전북지사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 진영의 국제금융협상 자문역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로버트 루빈 장관과 로렌스 서머스 부장관은 24일 워싱턴에서 있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한 (對韓) 지원협상에서 柳지사가 핵심역할 (key role) 을 했다" 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선거 며칠전 기자와 만나 "당선후 10일 이내에 국제금융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10일이 정권의 5년 운명을 좌우한다" 며 IMF 요구의 1백% 수용을 역설했는데 金당선자가 22일 국민회의 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이같은 기조로 연설하면서 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되고 있다.

- 루빈 장관 발언은 어떤 경위로 나오게 된 것인가.

“립튼 차관이 만족하고 돌아간 것은 당선자 때문이다.

내가 도움이 된 게 있었다면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탐지해 金당선자에게 조언한 것 뿐이다. "

(그는 金당선자에게 모든 것을 돌리며 자신은 보조자에 불과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어떻게 했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측의 진의를 파악했다.

경위는 아직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다.

金당선자에게 자유시장경제를 원칙만 역설하는 게 아니라 세부적으로도 이를 이해하고 있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고 진언했다.

립튼 차관.나이스 단장 등과의 면담시 당선자가 기조발언을 한뒤 나를 '이 친구가 대화를 주도해 나갈 것' 이라고 지정해줘 평소 생각을 개진했을 뿐이다. ”

- 왜 사태가 악화됐다고 보는가.

미국의 불만은 무엇이었는가.

“미국과 IMF는 첫 구제금융 (90억달러) 이 나간후 한국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에 경악한 것 같다.

립튼 차관 등이 똑떨어지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선자의 재협상발언 등에 대해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외국도 선거 때는 그러니까. 원인은 종금사 처리를 우물쭈물하고 국책은행 민영화를 주춤한 것, 그리고 외환보유고를 솔직히 밝히지 않은 것 등이다. ”

- 화급한 위기는 넘겼지만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신정부가 출범전에 할 일은.

“당선자측이 미국측에 말한 구두약속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다.

법과 제도의 조속한 정비, 구체적이고 총괄적인 액션플랜의 제시 등이 있어야 한다.

웬만한 것은 다 발표됐다.

세부적인 것은 나도 12인 회의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니 말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은 말하고 싶다.

추가 1백억달러 제공은 기왕에 계획했던 1차 방어선이 무너져 2차 방어선을 친 것이다.

우리가 금융개혁을 흐지부지하는 듯하면 이 방어선도 무너지고 그때는 정말 대책이 없다. ”

- 너무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국제금융자본가들은 차가운 계산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들 방식에 비추어 한국이 이러이러한 조치를 해야 기업체질이 강화되고 그래서 투자금액도 회수할 것이라고 보는데 우리가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아시아적 자본주의' 의 특성을 드는 사람이 있으나 맞지 않다.

아시아적 자본주의란 게 뭔가.

합리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나라를 망쳤다.

부실대출.인사개입 등. 이제는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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