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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현장 @ 전국] 진흙을 사료로 … 진화하는 ‘보령머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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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20일 오전 충남 보령시 주포면 관산리 주포산업단지. 10여 개 업체가 가동 중인 산업단지 한복판에 ‘보령머드화장품’ 간판이 걸린 조그마한 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보령시가 5년 전 머드(진흙)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8억여원을 들여 인수한 공장이다.

지난해 7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머드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환호하고 있다(左). 충남 보령시 주포면 주포산업단지 안에 있는 머드화장품 공장의 직원들이 생산한 머드비누를 들어 보이고 있다(右). 지난해 머드화장품과 비누의 매출액은 22억원을 넘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2480㎡(약 750평) 규모의 공장 안에서는 직원 10여 명이 분쇄기를 이용해 머드를 밀가루 입자의 24분의 1 크기로 부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진흙은 대천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45㎞ 떨어진 보령시 천북면 궁포리 갯벌에서 채취한 것이다. 잘게 부순 머드는 건조한 뒤 다시 분말로 만들어 20㎏들이 비닐포장용기에 담긴다.

머드 분말 완제품은 닭 사료 원료로 공급되고 있다. 시는 사료업체인 ㈜천하제일과 연간 머드 분말 30t(1억4000만원)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머드에 알루미늄·게르마늄 등 인체에 유익한 광물질이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 머드를 닭 사료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보령·홍성 등 충남도 내 8개 시·군의 양계농가는 이달 하순부터 이 사료를 사용, 연간 100만 마리의 머드 치킨을 생산한다. 바다 진흙이 머드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먹거리 분야까지 진출했다.

머드공장 최수동 공장장은 “머드를 사료로 먹은 닭의 고기가 더 담백하고 맛도 좋다”고 말했다. 현재 시는 연구기관에 머드를 먹인 닭의 정확한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머드가 보령 지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보령(인구 10만8000명)은 대천해수욕장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고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령은 머드의 고장으로 이미지를 굳혔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갯벌의 진흙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배재대 정강환(관광경영학) 교수는 “보령 머드 산업은 전국 지자체의 대표적인 경영 수익 사업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보령시는 94년 한국화학연구소에 머드 연구를 의뢰, 피부에 좋은 광물질이 머드에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머드 화장품 개발에 본격 나섰다.

머드 화장품은 96년 6월 처음 선보였다. 지금은 머드화장품과 비누 종류가 20여 가지를 헤아린다. ㈜아모레퍼시픽·㈜한국콜마 등에서 머드팩·샴푸·스킨로션·영양크림 등을 내놓고 있다. 이와 별도로 보령시는 머드비누와 머드파우더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머드화장품과 비누 매출액은 22억400만원을 기록했다. 96년부터 지금까지 머드 제품 판매액은 170억원에 이른다.  

시는 올해 머드침대, 머드도자기(머그컵·항아리), 머드찜질팩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머드침대는 황토침대처럼 베드에 머드 성분이 든 패널을 까는 형태로 만든다.

98년부터 대천해수욕장에서는 머드 축제가 열린다. 관광객들이 머드를 바르고 선탠을 하거나 머드가 딸린 해변에서 씨름을 하는 등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지난해 외국인 10만 명을 포함해 200만 명이 찾아 숙박업소와 음식점 매출액 등 지역경제에 가져온 효과가 540억원으로 추산된다. 신준희 보령시장은 “해외에 머드 제품 판매망을 구축해 보령 머드를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보령=김방현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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