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선정 올 국내스포츠 10대뉴스

감동과 환희, 그리고 시련 - .97년 정축년의 국내스포츠는 흔히 쓰는 다사다난이란 표현이 유난히도 실감나는 한해였다.

월드컵 본선 4회 연속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박찬호.선동열이 미국.일본프로야구에서 맹위를 떨쳐 도무지 신명나는 일이 없던 이 사회에 커다란 위안을 주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 스포츠는 팀이 잇따라 해체되는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한해를 마감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우리를 웃기고 울린 국내스포츠 10대 뉴스를 선정, 올 한해를 결산한다.

① 월드컵 본선 4회연속 진출

그것은 한줄기 빛이었다.

나라가 어수선할 때 그나마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 쾌거였다.

'명장'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아시아 최종예선 6승1무1패로 프랑스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86, 90, 94년에 이어 4회연속 본선진출. 한국축구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② 박찬호·선동열 美·日서 열풍

일본에선 태양이 솟아오르고 미국에선 특급이 달렸다.

'나고야의 태양' 은 지난해의 부진을 씻고 부활했고 '코리안 특급' 은 LA 다저스의 최다승투수 공동1위로 떠올랐다.

그들은 우리의 자존심이었다.

선동열은 1승1패38세이브에 시즌을 '무홈런' 으로 끝내 자존심을 세웠다.

선발투수 자리를 굳힌 박찬호는 14승8패로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해냈다.

③ IMF한파 잇단 팀해체

국내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IMF 한파는 스포츠계에도 심각한 파장을 안겼다.

씨름.배구.사격.농구.축구 등 특정 종목을 가릴 것 없이 실업.금융팀을 중심으로 스포츠팀 해체가 줄을 이었다.

살아남은 팀들도 대량 인원 감축.전지훈련 취소 등 예산삭감이 불가피, 스포츠계가 크게 위축됐다.

④ 양궁 세계선수권 싹쓸이

지난 8월24일 캐나다 빅토리아에선 네번의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양궁 왕국' 한국이 세계양궁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남기는 순간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남녀개인.단체에서 모두 우승, 사상 처음 1개 국가가 전종목을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⑤ 대우 프로축구 전관왕

하나도 힘든데 그것도 셋이나. 아디다스컵.프로스펙스컵.라피도컵 등 프로축구 3대 컵을 휩쓴 부산 대우의 저력이 빛을 발했다.

구단의 아낌없는 지원, 이차만 감독의 집념, 선수들의 일치단결 등이 프로축구사에서 '시즌 3관왕' 이란 대기록을 남길 수 있게 했다.

⑥ 해태 프로야구 9번째 V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V9 달성이란 전인미답의 기록을 작성하며 프로야구사에 큰 획을 그었다.

젊고 싱싱한 어깨로 무장한 마운드와 탄탄한 내야진, 그리고 든든한 외야수비 등 3박자의 절묘한 조화로 해태는 LG에 4승1패의 압승을 거두며 가을의 축제를 마감했다.

⑦ 이규혁 빙속 세계신기록 3번

세계신기록을 한번 세워보려는 한국빙상 70년의 한이 풀렸다.

한국빙상의 간판스타 이규혁 (19.고려대) 은 지난 11월 캐나다 캘거리 오벌실내빙상장에서 열린 97~98월드컵 스피드스케이팅대회 남자 1천m에서 1분10초42를 기록, 세계기록 보유자가 됐다.

이규혁은 한달동안 세번이나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⑧ 박세리 美프로골프 1위 통과

'바늘구멍보다 좁다' 는 것이 미국프로골프투어의 예선경기다.

세계정상급 골퍼들도 몇차례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따내곤 하는 투어 전게임 출장자격을 박세리는 단 한번만에 획득했다.

한국인으로는 남녀 통틀어 처음. 그것도 10언더파라는 예선 사상 최저타의 기록을 세우며 당당히 1위로 예선을 통과했다.

⑨ 남자 프로농구 화려한 출범

8개팀이 참여한 프로농구가 지난 2월1일 화려하게 출범했다.

림이 부서질 듯한 덩크슛, 호쾌한 3점슛 등 현란한 농구의 매력에 팬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3개월여 동안의 열띤 레이스 끝에 원년 우승은 기아가 차지.

⑩ 전기영 세계유도 3연패

왼손업어치기의 달인 전기영 (24.한국마사회) 이 또 우승했다.

무수한 국제대회를 석권했던 '금메달 제조기' 전기영이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선수권 2체급 3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