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제 봇물,고품질만이 사는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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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98년 1월부터 일부 대일 (對日) 수입선 다변화 품목의 수입 제한이 해제됨으로써 일제 경승용차 (輕乘用車) 등 25개 기계.경공업제품의 수입이 자유화된다.

이미 IMF와 맺은 양해각서에서 이들 품목의 수입제한을 조기 해제하기로 약속한만큼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일본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한국 소비자를 매료할만큼 우월한가, 이에 대응할 국산품의 품질향상과 수출촉진이 제대로 이루어질까에 모아진다.

일본 경공업제품의 수입 홍수는 대일 무역 역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대일 무역적자는 올들어 열달동안 이미 1백13억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되는 물품이 디자인과 성능에서 우수한 경차 등 감성 (感性) 상품이 많다는 데서 한국 소비자의 반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국산보다 뒤떨어진다.

1천㏄ 이하 경승용차 값은 대충 국산의 두배 가량 된다.

오토바이.손목시계.보온병 등도 비슷할 것으로 추측된다.

사고는 싶지만 값이 비싸 못사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라면 값은 비싸도 브랜드만 믿고 사는 것도 역시 시장원리다.

합리적인 선택은 오로지 성숙하고 의식있는 소비자만이 내린다.

일본의 기계류 값이 비싼 것은 한국보다 제조원가가 비싼 데다 관세가 붙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조원가는 노동비용과 재료비.전력요금 등에서 한국보다 비싸다.

그러나 금융비용만은 한국이 세배나 더 비싸다.

일본 제품이 밀려오는 데 대응해 한국 제품이 밀고 나가려면 이와 같은 상대적인 저비용구조를 유지하면서 고비용 금융구조를 깨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고달픈 과제다.

아울러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는 품질혁신이야말로 우리 상품이 사는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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