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민주화 운동 기여'한 3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것으로 인정받은 최석기.박융서.손윤규씨의 남한 행적은 뚜렷하지 않다. 체포된 뒤 재판 및 수감 관련 자료를 통해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다.

관련 기록 등에 따르면 최씨는 1952년 북한이 남파한 간첩이다. 남한에서 살던 최씨는 48년 월북해 그곳에서 군사교육을 받았다. 이후 북한과 지리산 빨치산을 연결하는 임무를 띠고 전남 벌교로 침투했다. 그러나 1년여 만에 붙잡혀 구속돼 55년 광주고법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의문사위 조사 결과 최씨는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74년 4월 최씨를 전향시키기 위해 수용된 폭력 재소자 두명에게 맞아 숨졌다.

박씨도 남파 간첩이다. 인민군으로 복무하다 제대 후 57년 9월 경기도 포천 쪽으로 육상 침투했다. 그러나 서울에 잠입하자마자 체포됐으며 이후 경찰 공작에 협조하기도 했으나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58년 법정에 섰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59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판결을 받았다.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도중 74년 7월 교도관 등에게서 바늘로 찔리는 고문을 당하자 유리 파편으로 손목을 그어 자살했다.

손씨는 한국전쟁 때 북한군이 후퇴할 당시 지리산으로 들어가 빨치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전쟁이 끝나자 55년 자수했다. 그러나 군사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60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후 대구교도소에서 단식 투쟁을 하다 76년 4월 교도소 측이 고무 호스를 위에 강제로 넣는 등의 강제급식을 한 뒤 사망했다.

의문사위 관계자는 "이들과 관련한 수감 자료 등이 많이 파기돼 진상 규명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교도소 측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대체적인 사실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동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