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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깊이 읽기] 열등감에 시달린 영조는 ‘마마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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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김태형 지음, 역사의아침
380쪽, 1만5000원

최근 정조가 최대 정적으로 알려진 노론 벽파의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가 공개돼 큰 파장이 일었다. 정조는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노론 세력의 수장과 은밀히 편지를 주고받으며 국정을 펼쳤다. 정조는 심지어 편지로 심환지에게 특정한 내용의 상소를 올리도록 지시하고, 주문 생산된 상소를 칭찬해 상을 내리기도 했다. 역사에 기록된 내용은 사실이긴 하나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심리학자인 지은이는 역사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알아내는 방법으로 심리학을 택했다. 『한중록』 『영조실록』 등의 역사서는 사도세자가 열다섯 살부터 정신병을 앓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지은이는 정신병은 장기간 조금씩 증상을 드러내며 진행되지,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발병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또 공식적인 자리에서만 발병하고, 사적인 자리에선 멀쩡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것은 되려 미천한 신분의 어미를 둔 열등감에 시달리던 ‘마마보이’ 영조였다고 지적한다. 영조의 병증은 아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갈 지경으로 치달았고, 사도세자는 의로운 죽음을 택함으로써 정조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남았다. 그래서 열 한 살에 아비를 잃고도 정조는 아버지처럼 강철같은 의지로 원대한 뜻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분석이 아닐 수 없다.

지은이는 이와 대조적으로 어머니 폐비 윤씨를 잃은 연산군이 폐주가 된 까닭은 생애 초기 어머니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데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 밖에도 굴곡 많은 삶을 살다 간 이이와 허균도 심리학의 틀에서 분석했다. 역사학자들이 그의 분석에 동의할지는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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