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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원전 활용 늘리는 게 환경 보호에도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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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7대 국회 출범과 함께 원자력발전은 경제적이지 못하고 수많은 사고로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고, 우라늄 자원이 수십년 안에 고갈되므로 현실적인 에너지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현실을 외면한 잘못된 것들이다.

최근 핀란드에서 원전 2기를 새로 건설하는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프랑스 하원이 최근에 신형 원자력발전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지지를 의결한 것을 보더라도 원자력은 경제성과 안정성이 있는 발전수단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영국 왕립기술협회는 최근 신규로 건설하는 원자력발전소가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 자원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온실가스 방출도 없어 환경을 보전하는 현실적인 에너지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자력발전에 연료로 사용되는 우라늄의 가채량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확인 또는 추정되는 매장량은 1438만t으로 세계 소비량의 220년분에 해당한다. 또한 우라늄 원광이 원자력발전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도 채 되지 않으므로 우라늄 가격이 폭등해도 원자력의 경제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원자력을 폐지하고 풍력과 태양광 또는 태양열을 널리 활용하자는 생각은 지극히 아마추어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태양광을 예로 들어 보자. 우리나라의 모든 가옥과 아파트.공장.사무실 건물의 지붕과 벽면을 태양광 집광판으로 도배하면 대략 166억kWh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그런데 이는 2002년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전력 3064억kWh의 겨우 5.4 %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 정부의 종합에너지조사회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16기를 건설하려면 모두 5.9조엔(약 62조원)의 돈이 드는 데 비해 이에 상응하는 태양광발전을 하려면 93조~186조엔(약 980조~196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풍력으로 하자면 9조~18조엔(약 95조~190조원)이 든다.

2002년 한국은 해외에서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의 에너지자원을 수입하는 데 모두 320억달러(약 37조원)를 써야 했다. 만약 원자력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기를 포기한다면 석유.석탄 혹은 LNG 수입에 추가로 54억달러(약 6.3조원)가 들어가야 한다. 이는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의 대부분을 자원 수출국가에 갖다 바쳐야 하는 셈이 된다. 이러고도 우리가 과연 소득 2만달러 시대를 갈 수 있을 것인가.

대체에너지론자들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태양의 도시'라고 부르며 이를 본받자고 한다. 그런데 이 도시가 태양광과 풍력에서 얻는 에너지는 전체 수요량에 대비해 겨우 1.9%(태양광 0.3%, 풍력 1.6%)에 불과하다. 나머지의 대부분은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석탄.석유.가스, 그리고 원자력에서 얻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란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보유한 경수로나 중수로 같은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사람이 사망하는 것은 벼락맞을 가능성보다 훨씬 더 낮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에서는 널리 인정된 사실이다. 17대 국회가 원자력발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국가와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