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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체계 개편 첫날 출근길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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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1일 시민들은 바뀐 버스번호와 노선을 몰라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버스에 부착된 노선안내 글씨가 너무 작고 내용도 간략해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류소에서 새로 바뀐 버스노선표를 보고 있는 표정들이 심란하다. [김상선 기자]

서울시 대중교통 개편은 시행 첫날 새벽 산통(産痛)과 함께 시작됐다. 특히 바뀐 버스 번호와 노선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많은 시민이 허둥대야 했다. 버스는 대체로 빨라졌지만 노선 변경으로 예전보다 많이 환승해야 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하철과 지선버스는 요금 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환승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기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버스의 배차 간격과 도착시간을 알려준다는 버스관리시스템(BMS)도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철 혼란="오늘은 무료입니다, 그냥 나오세요."

1일 오전 8시40분 서울지하철 신도림역. 역무원들이 모두 현장에 나와 개찰구 26곳을 열어놓고 승객들을 안내했다.

역장 최화호(54)씨는 "오늘 오전 4시30분부터 요금 인식기가 오작동해 오전 5시30분쯤 종합사령실에서 '표를 팔지 말고 무임승차시켜라'는 업무연락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신촌역 직원은 "보름 전부터 테스트해 봤지만 오류가 잦았다"며 "현장에서 수정은 안 되고 시간에 쫓겨 그대로 강행하는 바람에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청색 테이프로 막아놓은 신도림역 카드 개표기를 지나던 이봉근(37.서울 구로동)씨는 "아무리 공짜라도 첫날부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이런 기계적인 결함은 예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부족한 홍보, 혼란스러운 승객= 버스 정류소에선 바뀐 노선과 번호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다수 시민이 허둥대야 했다.

최모(56.자영업)씨는 "남대문 앞 버스정류소에 서던 옛날 25번이 152번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 서고 계속 지나쳐 짐보따리를 들고 서울역까지 뛰어가 버스를 탔다"며 "안내해 주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지순(36.청주시)씨는 "대방역 안에 여의도 63빌딩으로 가는 버스편 안내문이 없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오전 7시50분 신림역 4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는 100여명의 시민이 초조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정서리(미림여고 1년)양은 "25번 버스가 5529번으로 바뀌었다는데 10분이나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며 "8시까지 등교해야 하는데 큰일났다"고 발을 굴렀다. 현장에 배치된 버스 안내도우미들은 "우리도 이틀 전에 구청에서 홍보 영상물을 보면서 간단한 설명을 들은 게 전부"라며 "배차 시간까지는 자세히 모른다"며 멋쩍어 했다.

환승 시간이 길어지고 배차 간격도 들쭉날쭉해진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반포동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회사원 정모(30)씨는 "지금까지 버스로 15분이면 여의도 직장에 도착했는데 오늘 320번 버스를 탔더니 빙빙 돌아가 40분이나 걸리는 바람에 지각했다"고 투덜거렸다.

성북2동에서 시청으로 출근하는 박창진(47)씨는 "예전엔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는데 오늘부터 한성대 입구에서 갈아탔다"며 "버스는 빨라진 것 같은데 건널목을 건너는 시간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합하면 15~20분 더 걸렸다"고 말했다.

◇경기 주민들의 반발= 경기지역에서 일반버스를 타고 서울로 들어오는 승객들의 불만도 컸다. 성남 시내버스 100번을 타고 성남에서 잠실을 거쳐 성수동까지 출퇴근하는 김모(40)씨는 "같은 노선을 다니는 570번 동성여객은 지하철 환승 혜택을 보는데 100번 탑승객들은 경기지역 버스여서 환승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용인시 죽전동에 사는 윤모(41)씨의 경우 이날 7007번 광역버스를 타고 강남역 회사까지 가는데 평소의 두배인 1시간50분이 걸렸다.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양재IC로 빠져나가던 노선이 서초IC 진입으로 바뀌면서 버스전용차로에서 버스 20여대가 한동안 엉켜 꼼짝달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당에서는 한 정류장에 버스들이 7~8대씩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배차 간격이 들쭉날쭉해지는 바람에 일부 급한 승객은 입석으로 고속도로 구간을 타고 가야 했다.

서울시의 통합거리비례제로 장거리 탑승자가 많은 경기지역 주민들의 교통요금에 대한 불만도 잇따랐다.

고양 대화역에서 전철을 타고 서울 수서역까지 약 60㎞를 출근하는 최모(40)씨의 경우 1100원이던 요금을 이날부터 1800원(64% 인상)이나 내야 했다. 한달에 20일 출근한다고 할 때 월 교통비가 지금보다 3만원 가까이 늘어난다.

분당 입주자대표 협의회장 고성하씨는 "이번 요금체계는 서울 시민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며 "서울시내 운수업체 부담을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한 경기지역 주민에게 전가하는 셈이므로 경기도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첨단 교통서비스도 먹통=이날 처음 선보인 BMS나 티머니 카드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다. 150번 버스의 경우 버스 안에 부착된 BMS 단말기에는 앞뒤 버스 거리가 표시되지 않은 채 '0분-0분'으로 나타났다. 또 신림역에는 이날 오전 보급형 티머니 카드 120장만 확보돼 있었을 뿐 고급형 티머니 카드는 한장도 없었다. 가격도 1만1500원으로 1만원을 기본 충전해야 되고 카드 충전기도 부족해 최소 1000원부터 충전해주겠다는 약속은 공약(空約)에 그쳤다.

메트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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