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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골밑 지존’ 하승진, KCC 챔프전행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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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KCC가 16일 원주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동부를 87-64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갔다.

전자랜드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2패로 몰리다 3승2패로 뒤집은 KCC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벼랑 끝에서 2연승을 거둬 결승에 갔다. KCC는 18일부터 삼성과 7전4선승제의 챔피언전을 치른다.

옛 현대전자를 이은 KCC의 챔피언전 진출로 1970년대부터 한국 농구의 두 기둥이었던 삼성-현대 맞수의 결승이 프로농구 처음으로 재현되게 됐다. 반면 정규리그 1, 2위 팀인 모비스와 동부가 모두 챔피언전에 오르지 못하는 프로농구 사상 첫 이변도 나왔다.

봄 들어 하승진은 더욱 무서워지고 있다. 겨우내 걸핏하면 공을 빼앗기고 쉬운 골밑슛도 넣지 못했으며, 형편없는 자유투 때문에 파울의 타깃이 됐던 그는 플레이오프에 와서는 변이한 곤충처럼 달라진 모습이다.

하승진이라는 괴물을 키운 주역은 서장훈(전자랜드)과 김주성(동부)이다. 하승진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 농구를 대표하던 두 거인과의 벼랑 끝 싸움을 10차례나 반복하면서 부쩍 커버렸다. 서장훈은 하승진 앞에서 수많은 공격을 하면서 수비를 가르쳤고, 수비가 좋은 김주성은 하승진에게 강한 수비를 깰 비책을 알려줬다. 집중력과 투지·노련함도 배웠다. 하승진은 “두 선배에게 미안하면서도 고맙다”고 말했다.

하승진은 이날 경기 3쿼터 6분 국내 외국인 선수 중 최장신인 동부 센터 크리스 대니얼스(2m7㎝)의 뒤에서 리바운드를 앗아가 슬램덩크를 내리 꽂았다. 뒤에 있는 선수에게 리바운드 볼을 빼앗기는 건 수모다. 블록슛을 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심적 부담감을 갖는다고 한다.

3분 후 하승진은 위치상 당연히 김주성이 잡아야 할 리바운드를 다시 빼앗아갔다. 김주성(11득점·4리바운드)도 최선을 다했지만 적어도 이 경기에서 하승진은 그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신이 난 하승진은 3m가 넘는 거리에서 미들슛도 넣었다.

18득점·13리바운드로 활약한 하승진은 “지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체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KCC 입단 시 체력 측정 결과 ‘운동선수가 아니라 일반인의 몸’이라는 판정을 받았다고 하던 하승진이다.

프로 감독 4시즌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허재 감독은 “승진이가 이렇게 잘하면 다시 미국으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고 걱정도 했다. 추승균은 14득점, 조우현은 11득점, 칼 미첼은 24득점에 13리바운드를 했다.

 원주=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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