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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유적' 인류 문화재로 공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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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제28차 세계유산위원회 총회에 참석해 함께 포즈를 취한 박흥신 외교부 문화외교국장(右)과 북한의 리의화 문화보존지도국 부국장.

▶ 남포시 강서구역 덕흥리 고분벽화

▶ 평양시 역포구역 진파리 1호 고분 벽화 [평양=조용철 기자]

북한과 중국의 고구려 유적이 나란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고구려 유적의 인류사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공인된 것이다. 고구려 역사를 계승한 우리는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북한은 1998년 세계유산 협약에 가입한 이래 처음으로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세계문화유산 지정은 명예와 함께 상당한 관광수입을 약속하는 '보증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 보유국은 유적을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책임도 진다. 앞으로 북한과 중국은 유네스코로부터 고구려 세계유산 보존을 위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받는 동시에 6년마다 유적 보존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할 의무를 지게 됐다. 만일 관리를 잘못하면 '위험 유산'으로 지정되는 불명예를 입을 수도 있다. 쑤저우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 참석한 이혜은 국제기념물 및 유적위원회(ICOMOS) 한국지부 집행위원은 "북한은 자국 내 고구려 고분들 중 원형대로의 복원 여부, 즉 '진정성' 문제가 제기된 일부 고분의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이 인정받은 유적 범위가 차이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고구려의 수도와 왕릉, 그리고 귀족의 무덤'인데 비해 북한은 '고구려 고분군'이어서 범위가 좁다. 고구려연구회 회장 서길수(서경대 경제학) 교수는 "평양성.안학궁.대성산성 등 북한에서 새로 발굴되는 유적을 추가해 재신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구려의 영문 표기가 북한.중국은 'Koguryo'지만 한국은 'Gogureo'다. 고구려의 기원에 대해 한국.중국은 기원전 1세기로 보는 반면 북한은 기원전 3세기로 본다. 한국.북한.중국의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이런 가운데 유네스코 측이 북한.중국 양측에 "개별 등재된 이후라도 '공동 등재'가능성을 검토해 보라"고 권유한 사실이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유산과 동북공정=고구려 유적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확정된 이상 고구려 역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문제와 우리측의 대응 방식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고구려사왜곡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최광식(고려대 한국사)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 보면 절반의 성공이라기보다 절반의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고구려 역사는 한국과 중국이 공유할 수 있다'는 중국의 '일사양용(一事兩用)'전략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혜은 교수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는 유네스코의 기본 정신과 개별 국가 차원의 '역사 논쟁'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 문화재 교류 물꼬 터지나=이번 고구려 고분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는 남.북 대표단의 '공조'가 돋보였다. 이는 남북한의 본격적인 문화재 교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화재청 최종덕 문화재교류과장은 "현지에서 남북이 문화재 교류에 협력하자는 데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 했다"며 "구체적으로 비무장지대를 남북 공동의 세계유산에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북한 고구려 고분 보존을 위해 2000년 이후 유네스코를 통해 매년 10만달러의 신탁기금을 북한에 지원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와 별도로 올해 4억원의 복권기금을 확보하는 등 2년간 매년 5억원의 기금을 북한측에 제공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남북간 협상이 진전되면 그동안의 간접 지원 방식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병행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남북 당국자간 회담 등에서는 그동안 문화유산 관련 교류협력 안건이 제시되기도 했으나 다른 현안에 밀려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배영대.조민근 기자<balanc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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