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경기도 녹색 바람 못 꺾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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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 침체에도 전 세계에서 ‘녹색(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컨설팅 회사인 미국의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녹색 상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BCG는 지난해 하반기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9개국에서 18~65세 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BCG는 이 조사 보고서에서 녹색 상품의 가격은 소비자에게 큰 장애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녹색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전 세계 소비자(50%)조차 ‘값이 비싸 사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응답자의 3분의 1가량이 녹색 상품에 5~10% 더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보고서에서 BCG 토론토 사무소의 조 맨겟 시니어파트너는 “녹색 부문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확대는 기업에는 큰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또 세계 각국의 소비자는 환경을 위한 행동으로 ‘가전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끈다’(7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재활용품 사용(75%), 절전형 전구 사용(72%) 순이었다. 친환경 펀드에 투자(13%)하거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소유(7%)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영국의 대형 할인업체인 테스코는 고객이 재활용할 수 있는 쇼핑백을 쓸 때마다 카드 포인트를 제공하는 제도를 2006년 8월 도입했다. 테스코는 제도 도입 후 20억 개의 일회용 쇼핑백을 줄였다.

이 조사에서 유럽 소비자의 34%가 ‘녹색 상품을 일상적으로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7년보다 2%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녹색 상품에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유럽인의 2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보다 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올 1월 BCG가 미국인 1040명을 대상으로 한 추가 조사에서는 녹색 상품을 일상적으로 구매한다는 응답자가 32%에 달했다. 이 보고서에서 BCG 뒤셀도르프 사무소의 캐서린 로슈 파트너는 “경기가 급강하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계속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느냐가 이번 설문의 핵심”이라며 “설문 결과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가 비싼 상품 구매를 줄이고 있지만 유기농 상품 등을 줄이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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