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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약선] 제호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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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말이 있습니다. 먹는 음식이 곧 약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살려 굳이 돈이 많이 드는 보약 대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몸에도 좋은 식품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전문기자의 현장 정보가 어우러진 건강식 이야기가 자칫 건강을 잃기 쉬운 여름철, 독자 여러분께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합니다.

"그윽한 향과 신맛이 짐의 식욕을 돋우는구나. 대신들도 한번 맛 보게나."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나오는, 단옷날 왕과 신하의 정겨운 광경이다. 한방에선 제왕의 음료인 제호탕을, 땀을 많이 흘려 기력이 쇠진했을 때 찬 물에 타 마신다. 생기가 나고 더위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해서 대표적인 여름 약선(藥膳)으로 꼽힌다. 청량 음료 대신 마시면 금세 갈증이 해소되는 이 음료의 주재료는 오매(烏梅, 150g). 6월 말에서 7월 초순에 딴 푸른 매실(靑梅)의 껍질, 씨를 벗긴 뒤 질그릇 냄비에 넣어 (과거엔 짚불 연기에 그슬렸다) 연기가 나지 않을 때까지 말린 약재다. 까마귀처럼 까맣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여기엔 초과(10g).백단향(5g).축사인(5g).꿀(500g)이 부재료로 들어간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굵게 간 오매와 곱게 간 초과.백단향.축사인을 꿀에 버무려 걸죽하게 끓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냉수에 타 마시면 여름철에 약해진 위의 기를 보(補)할 수 있다(분당 차한방병원 김상우 부원장).

주재료인 오매는 소갈을 돕는다. 그래서 한방의 소갈증(당뇨병에 해당) 환자에게 권장된다. 오래된 기침.가래와 설사.피로 회복에도 그만이다. 음주 뒤 주독을 푸는 데도 유효하다. 또 강력한 살균력이 있다. 여름에 이 음료를 마시는 것은 식중독균을 죽이되 건강엔 전혀 해가 없는 자연의 살균.소독약을 음식에 뿌리는 격이다.

부재료인 초과는 몸의 습기를 없애고 배를 따뜻하게 한다. 축사인(사인)은 위를 튼실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장을 깨끗하게 해준다. 임신부의 입덧도 완화시킨다. 백단향은 배가 아프거나 토할 때 처방하며, 꿀은 기침.통증.변비약이다.

재료는 서울 약령시(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 옛 경동시장).대구 약령시(중구 남성로).충남 금산 약령시(금산군 중도리) 등은 물론 동네 한약재상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가격도 싼 편이다. 서울 약령시의 오매 소매가는 150g에 1500원, 초과.백단향.축사인은 100g당 각각 2000원 선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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