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환자] 시력교정술로 활력찾은 어떤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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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의사 생활이 힘들 때 ‘내가 노력하면 한 개인이나 가족에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욕을 되살린다”는 김성진 원장. 조영회 기자

가끔 의사로서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료와 수술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행복감을 느낄 때도 많이 있습니다. 안과수술은 백내장수술이나 시력교정술처럼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진료실 일상이 따분하지는 않습니다.

수술을 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10여년 동안 시력교정수술을 해오면서 기억에 남았던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35세 나이의 초고도근시를 가진 여성분이 병원을 찾았습니다. 고도근시는 -6디옵터 이상을 말합니다. 이 분은 -18디옵터 정도로 안경도 도수가 너무 높아 쓰실 수 없어 콘택트렌즈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렌즈를 끼다보니 이제 더 이상 낄 수없을 정도로 눈에 심한 렌즈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안경이나 렌즈를 끼지 않으면 눈앞 10cm정도 밖에 안보이는 거의 장님수준의 시력으로 이제 렌즈도 끼우기 힘들어 거의 절망상태에 있었습니다.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왔는데 이분의 시력만 좋아진다면 정말 행복한 가정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시간 이상 걸리는 정밀검사 후 검사결과를 종합해보니 안내렌즈삽입술(ICL수술)이 가능한 상태이었습니다.

자세히 설명을 드리니 너무 좋아 눈물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수술은 3일 간격으로 진행되었고 수술 다음날 결과를 보기 위한 시력검사를 시작하려는데 너무 잘보여서 어지러울 정도라며 어린애처럼 좋아하였습니다. 나안시력이 1.0으로 초고도근시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으로 좋은 시력결과가 나와서 수술을 한 저도 너무 기뻐서 탄성을 지르게 되었습니다.

그 후 경과 관찰을 위해 나올 때마다 표정이 너무 밝고 사는게 너무 즐거워 보여서 저도 함께 즐거웠고 그 가정의 행복에 일조를 한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또 한 경우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으로 해병대를 지원하였는데 눈 때문에 낙방해 시력교정수술 후 다시 해병대에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요새 젊은이들은 군대를 가더라도 고생을 덜하는 곳을 선호하고 심지어는 어떻게 하면 군대를 가지 않을까 궁리하는 사람이 많은데 눈을 고쳐서라도 가겠다는 기상이 너무 가상하고 기특하였습니다. 정밀검사를 해보니 -6디옵터의 고도근시로 라식수술은 불가능하나 라섹수술은 기능해 며칠 후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몇 달간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새까만 얼굴과 바짝 깎은 머리를 하고 진료실로 들어섰습니다. 해병대에 입대해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휴가를 나온 겁니다.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 안경과 렌즈없이 좋은 시력이 나와 힘든 훈련도 무사히 받을 수 있었다고 자랑하였습니다.

이렇듯 수술을 통해 한 개인이나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주고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진료와 수술이 연속되는 일상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일상에 나태해지려는 저를 분발케 합니다.

드림안과 김성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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