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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알뜰바람…고급빌라 수입품 사용 줄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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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부동산 시장에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수요자들의 알뜰작전.안전투자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사비등을 줄이기 위해 이사를 자제하는가 하면 높은 금리부담으로 융자가 많은 신규 분양 아파트 매입을 꺼리는 추세다.

특히 수천만원의 프리이엄이 붙은 수도권 인기지역 아파트 입주권 매기도 거의 실종됐으며 멀쩡한 집을 비싼 수입자재로 바꾸는 사람도 대거 줄었다.

주택업체들도 같은 사업지구인 경우 되도록이면 아파트분양을 공동으로 추진해 광고비등 관련 비용을 줄이려는 입장이다.

◇ 이사 자제 = 올 하반기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집 안옮기기 바람이 IMF 여파이후 더욱 거세졌다.

큰 집으로 이사하려다 종전 작은 집에 그대로 눌러 앉는 경우가 많고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역의 경우 집 주인이 전세금을 시세대로 내려주면서까지 이사를 말리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물가 상승.임금동결및 삭감 등으로 가계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수백만원에 이르는 이사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분당 파크타운 38평형 아파트를 1억1천만원에 세든 회사원 金모 (40) 씨는 지난달말 이보다 2천만원이 비싼 인근 47평형짜리에 이사하려 했다가 IMF사태 이후 종전 집에 그대로 눌러 앉기로 했다.

물론 주변 전세값이 1천만원정도 떨어져 시세대로 재계약 했다.

이때문에 중개일감이 줄어 개점휴업 상태인 중개업소들이 속출하고 있다.

분당파크타운 D부동산중개업소 朴모 (55) 사장은 "11월들어 현재까지 지난해 이맘때의 30%수준인 고작 7건의 전세물건을 중개해 사무실 유지도 어렵다" 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 중계동 I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11월들어 전세수요자가 줄을 이었지만 요즘에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졌다" 면서 "이때문에 전세 중개물건도 지난해의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며 한숨을 내쉬었다.

◇ 안전 투자 = 종전에는 입주후 시세차익을 노려 분양가의 60%까지 융자받아 아파트를 분양받는가 하면 수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을 주고 인기지역 아파트 입주권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프리미엄이 2천만원가량 떨어져도 살 사람이 없다. 회사원 朴모 (32) 씨는 "분양가의 절반을 대출받아 충당할 요량으로 고양 탄현2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했다가 최근 대출이자가 대폭 오른데다 앞으로 집값 상승 가능성도 많지 않아 청약을 포기했다" 고 실토했다.

자영업자 金모 (50) 씨는 "나중에 상당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부동산중개업자의 말에 솔깃해 6천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수지2지구 32평형 아파트입주권을 사기로 했다가 포기하고 대신 그 돈을 은행에 저축했다" 고 말했다.

◇ 외산자재 안쓰기 = 웬만한 고급빌라는 대부분 수입자재로 내부를 장식하는 일이 보편화 됐으나 이제는 국산 자재를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서울 구기동 S빌라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모두 국산자재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건축비가 평당 1백만원 정도 절약됐고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는게 수요자들의 평이다.

집 내부를 고치는 일도 많이 줄었다.

종전 같으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내부 장식을 모두 뜯어내고 비싼 수입자재로 다시 고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배관이 터졌거나 너무 낡아 거주하기가 곤란한 경우 외에는 되도록 리모델링을 자제하고 설령 개보수를 하더라도 수입자재를 쓰지 않는 추세다.

리모델링 전문업체인 휀스타 차정희 사장은 "요즘 이사보다 종전집을 현대식으로 고쳐 계속 거주하는 일이 많고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외산보다 국산자재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졌다" 며 "한국적 분위기 연출이나 실용성 면에서는 국산자재가 도리어 더 유리하다" 고 말했다.

현재 휀스타가 리모델링 공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 압구정동 A씨 아파트도 국산자재를 사용해 공사비를 평당 50만~1백만원 정도 줄였지만 분위기는 도리어 더 좋게 연출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부분 평당 1백50만~2백만원을 들였으나 이 아파트는 평당 1백만원이 채 안되는 값으로 꾸몄다.

◇ 공동 분양 = 동신등 6개 주택업체는 이달초 탄현2지구에서 아파트 2천6백가구를 분양하면서 한꺼번에 광고를 해 업체당 3천만~4천만원정도 광고비를 절감했다.

동신의 이정우 (李正雨) 씨는 "인기지역인 탓도 있지만 비용 절감차원에서 분양 광고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공동광고를 했다" 고 말했다.

종전 같으면 서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각자 분양을 벌였으나 이제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려는 입장들이다.

공동 분양은 서울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동시 분양과는 달리 분양날짜를 업체들이 서로 조정해 한꺼번에 분양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만 업체간의 인기도가 그 자리에서 결정돼 브랜드가 약한 업체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손상되는 불이익이 생긴다.

최영진·손용태·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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