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대중지원 편지 공개 파장…국민회의, "DJ낙선 음모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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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선거 막판에 국민회의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목중 하나가 북풍 변수의 돌출이다.

선거 때마다 정부.여당이 지역감정과 색깔론을 막판에 들고 나와 선거구도를 흔들어왔다는 게 국민회의의 인식이다.

이번엔 정부.여당보다 북한이 김대중후보에 대한 색깔시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한 국민회의는 잔뜩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지난 7일 오익제 편지사건에 이은 일련의 북풍시리즈에 대해 국민회의가 '북한의 대남 (對南) 공작 음모극' 으로 몰아붙이며 정면대응 불사를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우리는 이미 오익제 편지소동이 벌어졌을 때 투표일에 임박해 북한이 대남공작 음모극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며 "북한은 김대중후보에 대한 조직적인 음해를 즉각 중단하라" 고 촉구했다.

鄭대변인은 유권자들의 냉철한 판단도 주문했다.

국민회의는 지난 7일 오익제 편지사건 때 가동했던 당내 북풍대책위원회의 판단을 거듭 상기시켰다.

대책위는 당시 "투표일 직전 해명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북한측에서 金후보를 음해하기 위해 일방적인 대남공작 음모극을 진행할지 모른다는 정보가 있다" 고 분석했는데 이것이 적중했다는 것이 국민회의의 인식이다.

국민회의는 특히 한나라당 정재문 (鄭在文) 의원의 북측 고위인사 접촉 사실과 이번 사건의 관련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홍엽 (朴洪燁) 부대변인은 지난달 20일 鄭의원이 북한 안병수 조평통위원장대리를 만난 사실과 安위원장대리의 비서인 이상대가 재미교포 金모씨에게 보낸 팩스서한을 함께 공개했다.

이 서한에서 이상대는 "서로간 계약건에 대해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예정대로 진행될 것" 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 '계약' 이 바로 金후보 음해를 위한 합작극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 팩스 내용 어디에도 북한과 한나라당간 관계를 입증할 구절이 없어 국민회의측은 단정적으로 이를 몰아붙이지는 못하고 있다.

박선숙 (朴仙淑) 부대변인은 14일 "북한이 공작하면 곧바로 장단을 맞추는 한나라당의 행동은 북한과의 커넥션을 의심케 한다" 고 비난했다.

이처럼 국민회의는 북풍 변수에 대해 '북한의 공작' 을 주장하는 한편 한나라당에 대해 '북측과의 사전 공모의혹' 을 제기하는 입체대응을 하고 있다.

당직자들은 "북한의 수가 너무 뻔해 실제 득표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 이라면서도 내심 걱정스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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