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후보 TV토론 전략과 쟁점…이회창후보, 당당한 모습으로 화합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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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4일 밤 세번째이자 마지막 TV합동토론회를 갖는 각당 후보들은 최후의 결전장에 나가는 양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서 밀리면 대세를 그르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본래의 토론 주제는 사회.문화부문이었으나 세차례 토론의 종합판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IMF 재협상' 등 주요 정치.경제 현안에 대한 준비에 부심했다.

또 주제 자체에 대한 내용 못지 않게 토론자세.표정등도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에 따라 많은 공을 들였다.

'국제통화기금 (IMF) 재협상' 공방으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자평하는 한나라당은 14일 TV토론회를 전황을 뒤엎고 승세를 굳히는 계기로 삼았다.

"김대중 국민회의후보와의 승산은 50 대 50" (崔秉烈선대위원장) 이라는 분석에서 보듯 당직자들이 이번 TV토론에 대한 기대와 걱정은 당연한 것. 이회창 (李會昌) 후보는 13일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에서 3시간 가량 실무진들과 답변내용을 정리한데 이어 14일 오전 내내 자택에서 혼자 토론내용을 정리했다.

의심이 가는 부분이나 관련자료가 필요하면 수시로 관계자를 호출했다.

남상우 (南相祐) 경제특보팀이 토론주제 및 선거쟁점에 대한 전체적인 틀을 만들었고 정조영 (鄭助英) 과학기술특보팀이 과학기술분야를 맡았다.

문화예술분야는 영화인 출신의 신영균 (申榮均) 특보가, 현직 학원장인 김용훈 (金容勳) 자문위원이 사교육비 대책을 자문. 그러다 갑자기 예정에 없던 리허설 겸 발표회가 오후3시부터 시내 모처에서 열렸다.

당초 "꾸밈없이 하자" 는 李후보 주장 때문에 리허설을 안하기로 돼 있었지만 사안이 워낙 중요한 만큼 비상이 걸린 것. 리허설에서 최종적으로 정립된 기본전략은 "국부 (國父) 와 같은 당당한 모습을 보이자" 는 것. 상대후보로부터의 인신공격성 발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마지막 1분간의 마무리 연설 때는 포용과 화합의 시대를 강조한 것도 이런 방침에 따른 것이다.

강용식 (康容植) TV대책본부장은 "표정을 풀면 이긴다" 는 주문을 한 바 있다.

또한 마지막 토론회인 만큼 새로운 내용보다 유권자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표현' 을 구사하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그동안 써왔던 '과학기술 입국 (立國)' 이란 표현을 "나라를 세우는 것이 기술이요, 과학기술 없이는 나라경제를 세울 수 없다" 는 식으로 바꿔 쓴 것 등도 그런 예다.

李후보가 상대후보 발언에 이의를 제기할 때 자주 써온 "그건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 같은데…" 라는 사족 (蛇足) 을 없앤 것은 거슬리는 인상을 준다는 평 때문. 李후보는 또 IMF상황을 무척이나 신경썼다.

실무진들이 "5년동안 일자리를 3백만개 창출한다는 부분을 강조하자" 고 제의했으나 李후보는 "어차피 IMF체제에선 이 부분의 실현가능성이 작으므로 인기만을 위한 수치제시는 하지 않겠다" 고 했고 이를 지켰다.

그러나 13일 청와대 회동에서 김대중후보가 "TV토론에서 얘기하자" 고 한 IMF재협상 부분에 대해선 무서운 기세로 몰아쳤다.

또 이인제후보에게는 경선불복과 "병역의혹이 해결되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 고 한 약속을 집요하게 추궁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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