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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로 짚은 97]종교계…북한돕기 교단간 연합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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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세기말을 맞아 방황하는 인간들이 찾을 곳은 신앙이다.

따라서 올해 종교계는 그 무엇보다 신앙의 본성을 찾는 운동이 활발히 전개됐다.

천주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제시한 2000년 대희년 준비의 첫해인 '예수 그리스도의 해' 를 보내며 '대희년 준비를 위한 주교단 공동사목교서' 를 발표하고 신자들의 진실한 신앙심을 강조했다.

기독교도 각 교단마다 교회개혁을 추진, 신앙심이 충만한 21세기를 맞이하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합동의 교회갱신협의회, 예장의 바른 목회자협의회, 감리교의 감리교목회자협의회등이 결성돼 교회의 자성과 개혁을 촉구했다.

불교도 '전법의 해' 를 선언하고 수행의 본질을 되찾고자 했다.

이와 함께 과거에 대한 통렬한 반성도 이어졌다.

불교는 승풍 (僧風) 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점과 70, 80년대 민주화운동에 역행했음을 뉘우치고 기독교는 일제치하의 신사참배와 친일행각등으로 계속된 교계간 갈등을, 천주교는 병인양요때 신자들이 프랑스군에게 길안내.통역등으로 협조한 사실을 자성하는 기회를 가졌다.

또 한가지, 지난해부터 종교계의 관심사로 떠오른 북한동포돕기가 난립된 양상을 청산하고 통일된 기구를 결성, 교단간 연합이 활성화된 것도 올해의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 북녘동포돕기 불교추진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 의 북한동포돕기 비상대책본부, 천주교의 민족화해 주교특별위원회등이 구성됐고 교단은 물론 사회단체까지 연대하는 연합운동도 전개됐다.

어느 해보다도 교단 수뇌부의 움직임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해였다.

지난 9월 교황을 알현한 김수환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으로 전해져 후계구도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했다.

현재 신임 교황청대사가 부임했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고 있다.

무엇보다 시끄러웠던 것은 천도교 전교령 오익제씨의 밀입북사건이었다.

특히 오씨가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종교자문을 맡았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문화재와 관련된 종교계의 움직임도 줄을 이었다.

천주교의 절두산 성지가 사적지로 지정됐고 프랑스인들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촉구하는 천주교의 성명도 있었다.

사찰재산과 국립공원을 둘러싼 불교계의 '산문폐쇄' 파동은 아직도 문제점을 안은 채 해를 넘기게 됐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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