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법정한도 대폭인상 허와 실…자금시장 살리기 응급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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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정 최고금리 한도를 올린 것은 얼핏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자칫하면 상당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재정경제원이 이를 추진하게 된 것은 최근 자금시장에서 콜금리가 법정금리를 넘지 못해 콜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하루짜리 콜금리는 이달초부터 이미 연 25%에 머무르고 있다.

금리가 아닌 '가격' 으로서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 기업어음 (CP) 유통수익률은 연 27%에 가깝다.

실세금리가 법정금리를 넘어서자 자금시장이 마비돼 종금사.증권사가 부도위기를 맞았고, 이를 해결하려면 법정금리를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재경원의 판단이다.

논리로만 본다면 별 문제가 없다.

환율이 상승제한폭에 묶여 외환시장이 마비되자 환율변동폭을 확대한 것이나 똑같은 이치다.

그러나 요즘 돈이 돌지 않는 것은 콜금리가 법정금리의 상한선에 막혀서가 아니다.

또 실세금리가 폭등한 것도 시중에 돈이 모자라기 때문이 아니다.

금융기관간에 상대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며 돈을 풀지 않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자금경색이 아닌 신용경색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법정금리를 올려놓아도 곧 자금시장을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채 (私債) 금리만 심리적으로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사채금리는 이미 연 50% 수준으로 뛰어오른 상태다.

통화긴축으로 제도권 실세금리가 오르면 사채금리는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정금리가 높아지면 당장 돈의 수급과 관계없이 심리적으로 사채금리 상승을 부추기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사채를 쓰고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개인의 이자부담이 크게 무거워진다.

특히 금전거래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경우 지금은 연 25%를 초과하는 부분의 이자는 물 책임이 없지만 앞으로는 연 40%까지는 꼼짝없이 물어야 한다.

연 40%라면 월3푼 이상의 고리 (高利) 다.

이 때문에 재경원이 고리대금을 합법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 한국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이용하는 사채는 1회 평균 약1억원, 자영업자를 포함한 개인은 약8백만원으로 집계됐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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