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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는 이집트 미라, 이번엔 진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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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진짜 이집트 미라가 한국에 온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 이집트 문명전 ‘파라오와 미라’ 기획특별전을 27일 개막한다. 1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최광식 관장은 “진짜 이집트 미라가 한국에 오는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미라는 이동과 보관이 유달리 까다로워 그동안 열렸던 미라전에서는 복제품이나 재현물이 소개됐다는 것이다.

◆이집트인의 사후관 담긴 미라=미라에는 이집트인들의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이 담겼다. 미라는 영혼이 내세에서 영원한 삶을 얻을 수 있도록 최대한 원래의 모습을 보존하던 이집트의 관습이 남긴 유물이다. 이집트인들은 죽은 자의 뇌와 내장을 제거하고 방부처리를 한 뒤 아마포로 단단히 감싸고 회반죽을 발라 미라로 만들었다. 회반죽 위 거죽을 화려하게 채색해 죽은 자의 몸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머리에는 황금마스크를 씌우고, 내관과 외관 이중으로 밀폐해 미라를 보관했다. 부패하기 쉬운 내장은 시신에서 분리한 뒤 중탄산소다액을 담은 ‘카노푸스 단지’에 따로 넣어 보존했다.

① 아문 신전의 문지기였던 파디세트의 미라. 제3중간기, 제22왕조, BC 8세기경, 회반죽을 바른 아마포에 채색, 높이 31cm, 길이 181cm, 폭 44cm.
② 아멘호테프 3세의 스핑크스. 사자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했다. 두건 ‘네메스’, 이마에 표현된 우라에우스 뱀, 곧게 뻗은 턱수염은 파라오의 표식이다. 앞가슴에 파라오가 태어날 때 얻은 이름과 즉위 후 사용하는 이름이 적혀있다. 신왕국 시대, 제18왕조, BC 1410~BC 1372년, 높이 78cm.
③ 사자의 서. 200여 편의 글과 그림으로 이뤄진 저승 삶에 대한 안내문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시대, BC 305~BC 31년, 파피루스, 세로 10.6cm, 가로 11cm.
④ 악어 미라. 무덤주인의 애완동물, 혹은 성스러운 동물 은 미라로 제작했다. 말기 왕조~프톨레마이오스 시대, BC 4~BC 1세기, 길이 30cm. 사진=오스트리아 국립빈미술사박물관


이번에 한국에 오는 미라는 아문(Amun) 신전의 문지기였던 파디세트의 미라, 쌍둥이로 추정되는 두 아이와 함께 안치된 여성의 미라, 악어 미라 등 총 4점이다. 전시에선 미라를 보관하던 관과 채색된 미라, 아마포로만 덮인 미라, 살갗이 드러난 미라, X선 촬영으로 투시한 미라 등 미라를 만드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준다. 유병하 전시팀장은 “미라가 전시된 방은 다른 전시실보다 더 건조하게 유지하고 병균이나 유해충 접근을 차단하는 등 특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유물 평균 나이 5000살=미라를 포함해 특별전에서 공개되는 유물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오스트리아 국립빈미술사박물관의 이집트 콜렉션 1만 2000여 점에서 추린 231점. 20세기 초 이집트 정부와 맺은 유물분배협정에 따라 오스트리아 학술원이 발굴한 유물 일부를 빈미술사박물관이 소장하게 된 것이다. 약탈 유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전시품은 미라와 스핑크스, 황금 마스크, 각종 조각상, 생활용구와 장신구, 상형문자가 적힌 파피루스 등 다양하다. 신석기 시대 다바리 문명(BC 5500~BC 4000년경)부터 초기 왕조시대, 고왕국·중왕국·신왕국과 그리스 로마 시대에 이르는 고대 이집트의 문명사를 망라한다. 유물들의 평균 나이만 5000살이다. 비행기로 공수할 수 없는 고대 이집트 무덤 벽화는 3D 홀로그램 영상으로 보여준다.

박물관 측은 전시 기간 동안 매달 한 차례 강연회를 연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상형문자 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한다. 가수 김장훈의 목소리로 녹음된 오디오가이드, 특별 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들도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일반 공개는 4월 28일~8월 30일. 관람료 1만원(성인). 02-2077-9263.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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