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94년 1차 북핵 위기 뒷얘기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김영삼(얼굴) 전 대통령이 1994년 제1차 북한 핵 위기 당시 미국이 핵 시설이 있는 북한 영변을 폭격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13일 SBS 라디오 프로그램 ‘한국 현대사 증언’에 출연해 “당시 영변을 때리려고(폭격하려고) 동해안에 미 해군 군함 33척과 항공모함 2척이 와 있었다”며 “그러나 내가 강력히 반대했다”고 공개했다.

94년 3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의 박영수 부국장은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간 실무접촉에서 “우리는 대화에는 대화, 전쟁에는 전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고 주장했었다.

김 전 대통령은 “(북측) 국경선에 있는 포가 남쪽을 보고 있는데 (미국이 영변을 공격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얼마나 큰 희생이 생길지 모른다”며 “그래서 전쟁을 막기 위해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로 절대 반대했다” 며 “그때 그대로 뒀으면 아마 (미국이) 영변을 때렸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를 청와대로 부른 데 대해 “미국대사관 측이 가족 등 비전투 요원을 귀국시킨다는 정보를 들었다”며 “그런 사태가 발생하면 혼란이 일어나니 내가 반대한다고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청와대 사이에 설치된 ‘핫라인 전화’에 얽힌 비사도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비밀리에 전화를 많이 해야겠는데 일반 전화로는 안 되겠고 절대 도청되지 않는 전화를 설치하면 어떻겠느냐고 나한테 의견을 물어왔다”며 “‘좋다’고 하자 백악관에서 사람이 와 청와대에 (핫라인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핫라인 전화가 “지금도 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그 전화를 아마 쓰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승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