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중·일 중재 … “북 로켓엔 한목소리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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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파타야에서 11일 오후(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었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가 현지 반정부 시위로 취소됐다. 10일 파타야를 찾았던 이명박 대통령도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 조기 귀국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일정을 조정해 한·일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를 성사시켰다. 또 예정에 없었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면담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파타야 두싯타니호텔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中),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타야=오종택 기자]

◆“한·중·일 회의 사수하라”=당초 한·중·일 정상회의는 12일 오전으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태국 시민들의 시위가 격렬해지자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7시30분 참모회의를 열고 “중국·일본 외무장관과 접촉해 3국 정상회의부터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한 참모는 “태국 정부는 아세안+3 정상회의를 강행하려 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미 회의 개최는 힘들다고 판단, 한·중·일 공조를 확인하는 자리만이라도 사수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복귀를 요구하는 태국 시민단체 회원들은 11일 새벽부터 택시 50여 대를 동원, 이 대통령 등 해외 정상들이 묵고 있는 호텔 주변을 감싸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막았다. 일부 시위대는 호텔 마당에도 난입했다. 그럼에도 태국 정부는 보트로 정상들을 회의장으로 이동시키는 위험한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회의를 강행하려 했다. 결국 회의장까지 시위대에 의해 점령당한 뒤에야 태국 정부는 회의 무산을 선언했다.

◆중국-일본 의견차 조율=이 대통령의 적극적 제안으로 11일 성사된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3국은 “로켓 발사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조속히 보내야 한다. 형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실무자 간 협의를 통해 확정 짓자”는 데 뜻을 모았다. 유엔 안보리 주요 6개국(5개 상임이사국+일본)은 이후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의 의장 성명을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관계기사 13면>

이런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진통이 따랐다. 원자바오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유엔 안보리의 대응 수위를 놓고 맞섰기 때문이다. 결국 이 대통령이 “3국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중재에 나섰고, 이를 원 총리가 받아들이면서 회의는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일, 역사 인식 신중해야”=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아소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역사왜곡 문제와 관련, “오해를 빚는 일이 없도록 신중히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역사 인식 문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주춤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일본 정부가 지유샤(自由社)판 중학교 역사 교과서를 검증해준 데 대한 유감의 표시였다. 올해 열린 세 차례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역사왜곡 문제를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파타야=서승욱 기자, 서울=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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