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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월세 못내 거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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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막노동을 하는 박모(54.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씨는 지난 3월 그동안 살던 주공 임대아파트에서 나왔다. 5만4000원의 월 임대료(보증금 1200만원)가 버거웠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임대료를 못 내 주택공사로부터 "집을 비워달라"는 독촉을 받아온 박씨다. 박씨는 체납액을 공제하고 돌려받은 돈 중 일부로 전주시내 달동네에 있는 7평 남짓한 500만원짜리 쪽방을 전세로 얻어 살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거리가 줄어 요즘 그의 한달 수입은 60만원 정도다. 이 돈으로 고등학생인 두 자녀의 학비 30만원과 각종 공과금, 교통비 등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하다. 박씨처럼 1년 이상 임대료를 체납해 주택공사가 '퇴출'을 요구하고 있는 가구수는 5월 말 현재 전국에서 686가구. 지난해 같은 기간(486가구)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영세민들의 살림살이가 힘들어지고 있다. 임대아파트 월세를 못 내는 가정이 늘고 있다.

◇단전.단수되는 가정도=대구시 수성구 Y임대아파트 2646가구 중 관리비를 1~3개월씩 내지 못한 가구가 올 들어 최근까지 200여곳이나 된다. 3개월 이상 내지 못한 30여가구는 상습체납자로 분류돼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파출부 일을 하며 두 자녀를 키우는 김모(48.여.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씨의 한달 수입은 50만원. 자녀들 학비 내기도 버거워 10개월 동안 전기료를 내지 못했고 지난 4월 단전 조치를 당했다.

대구시내에서 3개월 이상 전기료를 체납한 가정은 2만8105가구로 체납액은 13억89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4872가구(11억5900만원)에 비해 17% 늘어난 수치다. 부산시도 지난 1분기 3개월 이상 전기료를 체납한 가정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3만2997가구에 이른다.

한전 부산지사 이철수 과장은 "올 들어 장애인 가구에 대해서는 20%, 저소득층 가구에 대해선 12%씩 전기요금을 내렸으나 체납액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급식 학생도 늘어=초.중.고생 무료급식 대상자도 늘고 있다.

충남 천안 A고의 경우 한끼에 2300원 하는 점심 값을 내지 못해 충남교육청에서 식대를 지원받는 학생 수가 지난해 21명에서 107명으로 늘었다. B고도 지난해 10명에서 30명으로 증가했다. 천안지역 12개 고교의 점심 지원대상자는 총 580명으로 지난해 497명보다 17% 늘었다.

부산시의 점심 지원 대상 학생은 3만1845명(100억1752만원)으로 2001년 2만4760명(71억원), 2002년 2만5191명(77억원), 2003년 2만8436명(90억원)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편 올 들어 광주지법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5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건의 두배에 이른다.

원광대 원석조(사회복지학과)교수는 "노동능력이 있는데도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감소한 40~50대는 대부분 고등학생.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어 교육비와 주택 임대료 등을 지출해야 한다. 때문에 의식주 등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을 기준으로 책정한 최저생계비로는 생활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이경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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